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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인 잭 마리나이 시집 '대서양 연안에서 네루다와 함께' 한국 발간

영문학자 김구슬 시인이 번역해 '서정시학'에 발간
현대 세계시단 대표하는 언어 연금술사, 섬세하고 감각적이며 심원하다는 평가
알바니아 공산주의 정권에 저항하다 미국 망명길, 언어·정치·문화적 경계도 동시 초월

 

대서양 연안에서 네루다와 함께/잭 마리나이 글/김구슬 옮김/서정시학/115쪽/14,000원

 

현대 세계시단을 대표하는 미국 시인 잭 마리나이 시집 ‘대서양 연안에서 네루다와 함께’가 한국에 처음 발간됐다.

 

영문학자이면서 번역가인 김구슬 시인이 번역한 이번 시집은 지난 6월 ‘서정시학’에서 발간됐다.

 

젊은 무명의 시인인 잭 마리나이(Gjekë Marinaj)가 조국 알바니아의 공산주의 정권에 저항해 쓴 21행의 시 ‘말들’(Horses)은 순식간에 전체주의 삶의 압박에 신음하는 국민을 열광시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스탠드에서 신문이 모두 사라져버렸고 사람들은 길에서 시를 베껴 행인들에게 나눠주고 읽어주기도 했다. 곧 생명의 위협을 느낀 그는 국경을 넘어 망명길에 올랐다.

 

 

잭 마리나이는 알바니아로부터 유고슬라비아를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는 국가 간 지리적 경계를 넘으면서 언어적, 정치적, 지적, 문화적 경계를 동시에 넘었다.

 

미국으로 망명한 그는 세계문학자이자 국제문학 번역가로 현재 달라스의 리치랜드 대학에서 세계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최동호 시인은 마리나이의 시집 ‘대서양 연안에서 네루다와 함께’에 대한 해설을 쓰면서 “마리나이의 시는 열정이 넘치며 섬세하고 감각적이면서 심원하기도 하다. 시에 대한 그의 신념에 가까운 확신은 경이로울 정도”라고 평했다.

 

마리나이는 망명한 알바니아 시인이라는 한계를 넘어 독자적인 목소리를 지닌 미국 시인으로서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네루다가 20세기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시인이었다면, 마리나이는 경이로운 언어의 연금술을 터득해 21세기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시인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한다.

 

알바니아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이스마일 카다르 역시 마리나이를 가리켜 “‘우리 시대의 가장 탁월한 알바니아 시인 중의 하나’이며, ‘유럽 최고의 시인들 중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샬롯 카람은 마리나이를 가리켜 “‘알바니아-미국의 아이콘’으로 ‘시적 천재’이며, ‘단지 펜 하나로 이 한 사람은 어떤 정치가가 꿈꾼 이상의 것을 알바니아 사회를 위해 해냈다. 그가 나아가는 것을 지켜봐라”라고 평한다.

 

마리나이는 항상 ‘시가 인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동시에 던진다. 시인이자 철학자, 평론가로서 그는 문학을 통한 평화의 추구, 인류의 해방, 세계의 개선과 희망을 추구하고 이를 고취하고자 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이론화한 그의 독창적인 철학서 ‘프로토니즘’은 유럽의 많은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으며, 그 영향력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는 사회에서 문학과 철학의 중개자로서 국제적인 명성을 획득했으며, 알바니아와 세계문학에 대한 그의 기여를 높이 평가한 조국 알바니아는 지난해 마리나이에게 ‘국가대사’직을 수여했다.

 

그는 ‘나를 떠나지 말아요’, ‘무한’, ‘거울의 저쪽’ 등 수많은 저술을 발간했으며, 20권 이상의 책이 1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국가대사직 외에도 그는 알바니아의 부커만상, 이탈리아 국제 작가상 등을 비롯한 많은 중요한 상을 수상했다.

 

그는 잡지 ‘블루 투스’(BlueTooth)에 의해 미국 거주 알바니아계 미국인 중 가장 영향력 있는 7인 중의 하나에 선정됐다.

 

[ 경기신문 = 이주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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