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 임명과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김근태 의원의 입각으로 여권의 권력지도가 급변하고 있다.
특히 차기 대권주자들이 내각에 모두 입각하고,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해 천정배 대표와 엇비슷한 지지를 받았던 이해찬 의원의 총리 임명 등은 여권의 무게중심이 내각으로 대거 이동했다는 평가를 받기에 무리가 없다.
이에 따라 당내 역학관계는 신기남 당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 체제로 무게중심이 쏠리면서, 독특한 컬러를 지닌 초선그룹과, `기획자문위원회'를 새롭게 꾸린 중진그룹의 역할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노무현 대통령과 `실세 내각'의 조율 여부, 이 총리와 차기 대권주자로 불리는 국무위원과의 관계 등도 향후 참여정부 2기의 성공여부를 판가름할 주요한 관전 포인트다.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광재 의원은 "실무에 능통한 총리와 대중적 기반이 강한 정 전 의장, 진지함이 돋보이는 김 전 대표의 3각 트리오는 환상적인 조합"이라고 평가했다.
우선 노 대통령과 이 총리는 한마디로 `코드가 맞는' 관계다. 5공 청문회때 초선의원이었던 두 사람이 `청문회 스타'로 떠오르면서 끈끈한 동지적 연을 맺게 됐고, 정치역정에서 서로 돕고 도움을 받아 온 것은 정치권에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총리 지명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유시민 의원은 "대통령과 나의 관계보다 대통령과 이 총리의 관계가 훨씬 가깝다"고 말했다. 총리 지명 전에도 노 대통령은 정치적 판단이 필요할 때 이 총리를 자주 불러 상의했다고 한다.
한켠에서는 이 총리의 강한 개성과, 주관 등이 노 대통령의 의견과 상충될 경우 청와대와 총리실이 냉각 기류를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대통령의 핵심 참모그룹에 속하는 한 의원은 "청와대에 몰리는 정보와 총리실의 정보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 대통령과 중진 의원의 관계가 아닌, 대통령과 총리의 관계는 경계선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이같은 관측을 일축했다.
이보다는 이 총리와 정동영.김근태 두 대권주자들의 관계가 어떠할지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이 총리와 정 전 의장은 서로 `친구'로 부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두 사람은 서울대 문리대 72학번 동기모임인 `마당'을 통해 인연을 맺었고, 96년 MBC 앵커였던정 전 의장을 정치권으로 `영입'한 인사도 이 총리였다.
정 전 의장은 지난달 원내대표 경선 당시 "대학 때 이해찬이 쫓아다니다가 감옥갔다"고 남다른 인연을 소개한 적이 있다.
두 사람은 민주당 탈당과정에서부터 강.온으로 나뉘어 지금까지 각자의 길을 걸었지만 방법론상의 차이일 뿐 `코드'는 같았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반면 김근태 전 대표와 이 총리는 김 전 대표가 나이가 5살이 많고, 정치적으로도 `선배'라는 점에서 다소 껄끄러울 수 있다는 얘기가 나돈다. 이 총리 지명때 김의원의 입각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것도 이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