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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중] 과거의 나를 버려라

  • 김한준
  • 등록 2020.08.13 06:39:09
  • 인천 1면

 

2020년의 경제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 IMF 때도 어려웠지만 세계경제가 어두운 지금에도 경제가 어려워지면 사망자도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경제위기 직후 대규모 실직과 소상공인의 부도 등의 사태로 충격을 받은 이들은 스트레스 등으로 병을 새로 얻었거나 악화되기도 한다. 경제위기에 정치 사회적 혼란이 겹쳐있는 현재의 상황에는 종합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오십 대들은 어느 때보다도 자신의 능력에 대해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대기업의 인재들이 전 직장의 브랜드 가치로 인한 후광효과의 덕을 알지 못하고 무모하게 명예퇴직을 자초하여 냉혹한 현실 앞에서 재취업이나 창업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지인 중에 3년 전에 직장을 그만 둔 공무원 출신인 그는 퇴직 후 벌인 사업에 실패하면서 큰 절망에 빠지게 되었다. 급기야 아내와의 불화가 잦아지며 신경쇠약에 시달리기까지 했다. 두 번의 이혼 위기를 맞았던 그는 우여곡절 끝에 선배의 주선으로 최근에 중소기업에 재취업을 하게 되었다. 이때가 실직 후 무려 3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였다. 그는 비록 월급은 전에 비해 턱없이 적고, 일도 예전처럼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돈 문제로 다투지 않고 아내가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하면서, 실업은 정말 무서운 것이라고 덧붙이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권고사직에다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신용불량자가 되었던 지인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서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었다. 그는 전 직장에서 받았던 월급의 3분의 2 수준이지만 잃었던 꿈을 찾았다며 한 단계만 눈을 낮추고 열심히 일할 각오가 되어 있다면 취업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지난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수기 공모집에 최우수상으로 뽑힌 한 분은 그의 수기에서 “취업에 성공하려면 우선 자기 능력부터 파악하라”고 조언한다. 수상자인 그의 얘기를 보면, 외환위기 직후 다니던 반도체회사를 사직한 뒤 시작한 자영업마저 실패해 막노동판 등을 전전한 끝에 반도체 업체에 재취업한 경우이다. “구직을 하는 젊은 층은 어학실력이 뛰어난 데다 자격증도 여러 개 갖고 있었다. 그에 비하면 나는 전공만 반도체를 했지 자격증 하나 없었다. 그러면서도 이전의 생각만 하고 재직 당시의 급여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후 전직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눈높이 맞추기’ 프로그램을 마친 뒤 구직등록을 했다, 자신이 가고 싶은 곳보다 갈 수 있는 곳을 찾으니 오히려 반도체 관련업체로부터 면접요청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 중 원하던 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다는 수기이다.

 

필자가 컨설팅을 했던 사례를 보면, 지방 전문대를 졸업한 뒤 종합병원 인턴사원으로 시작하여 열심히 일해 6개월 뒤 정규직으로 전환한 케이스이다. 인턴사원 당시 주어진 일을 열심히 했고 근무 3개월 뒤부터는 자발적으로 환자분포 통계를 냈으며, 작은 일도 소중히 생각하는 자세로 근무한 결과 좋은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조건 자신의 눈높이를 낮춘다고 해서 재취업이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다. 무조건 눈을 낮추기보다는 자신의 능력과 경쟁 상황을 먼저 파악해 그 능력에 눈높이를 맞추고, 가고 싶은 곳보다는 갈 수 있는 곳을 중심으로 해서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며, 면접 시 강한 입사의지를 표현하도록 해야 한다.

 

입사하게 되었을 때는 예전보다 규모가 작은 직장, 불안정한 직급, 낮은 보수, 하찮은 업무일지라도 주인의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함으로써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자세가 기본이다.

 

“내가 과거에 어느 직장에서 어떤 일을 하던 사람이었는데…”, “예전에 내 연봉이 얼마였는데…”, “내 밑에 몇 명이 있었는데….” 등의 통념은 인생 후반전을 그야말로 파멸로 이끄는 지름길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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