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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을 찾아서] 고양시 300년 역사를 담은 백송

고양시로 떠나는 역사여행
‘군자의 덕 갖춘 백의민족’ 상징하며
중국과 교류 상징, 천연기념물로 지정

 

우리나라 선조들은 치산(治山)을 하면서 소나무를 가장 귀하게 여겼다. 소나무는 집을 짓는 재료이면서, 화력이 좋은 땔깜으로 제격이었다. 또 동양에서는 군자의 덕을 지닌 나무로 칭송을 받았다.

 

소나무는 햇볕을 보지 못하는 가지는 스스로 떨궈낸다. 그리고 가지가 떨어진 옹이 부분을 두터운 껍질로 덮어 감싼다. 이런 소나무의 성장에 대해 “자신의 잔 허물을 스스로 떨궈내고, 남의 허물을 크게 덮는” 군자의 덕에 비유하고 한다.

 

국내에서 자생하는 소나무와 다른 종류인 ‘백송(白松)’이 있다. 국내에는 모두 5그루, 북한지역에 한 그루 위치해 있으며,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고양시 덕이동에도 백송 한 그루가 남아 역사를 담아내고 있다. <편집자주>

 

고양시를 대표하는 문화유적은 행주산성이다. 삼국시대 산성을 쌓은 이후 임진왜란 때 전세를 바꾼 행주대첩까지 행주산성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며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로 위치했다.

 

잘 알려진 행주산성과 더불어 조선의 역사를 담은 고양시의 문화유산이 바로 백제관이다. 조선 성종 7년(1476) 백제관은 중국의 사신이 서울에 도착하기 전에 머물던 공용숙박시설이다. 중국 사신들은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예를 갖춰 서울로 들어갔다.

 

고양시 덕이동의 백송은 이러한 중국 사신과의 교류 역사를 담은 천연기념물이다. 백송은 원산지가 중국이며, 중국 사신이 조선을 찾으면서 교류의 기념으로 가져와 식재한 소나무다.

 

백송이란 이름이 붙여진 까닭은 소나무가 나이가 들면서 껍질이 하얗게 변하기 때문이다. 솔잎은 우리나라 재래종과 마찬가지로 늘 푸른 빛을 띄지만, 수령이 오래될수록 나무껍질의 흰색이 강해지는 특징을 지닌다.

 

조선을 백의민족이라는 상징성으로 볼 때, 백송은 “군자의 덕을 지닌 백의민족”을 의미하는 선물이었다. 도보로 한달 넘는 길을 떠나야 했던 사신단 일행이 중국 고산지대에서 백송을 채취해 조선에 식재하기 위해 얼마나 노고스런 일일까. 조심스럽게 나무가 죽지 않도록 옮기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 소나무는 토양이 바뀌면 쉽게 죽는 특성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백송은 귀한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천연기념물 제60호로 지정된 덕이동 백송은 ‘송포(松浦)의 백송(白松)’이라 불리며 수령을 약 250살 정도로 추정하며, 높이 11.5m, 가슴높이 둘레 2.39m다. 나무는 부채살처럼 퍼진 역삼각형 모습을 띄고 있으며, 나무 껍질이 흰빛을 많이 띄지 않는, 아직은 젊은 백송이다.

 

이 나무의 유래는 두 가지로 알려져 있다. 하나는 조선 선조(재위 1567∼1608)때 유하겸이라는 사람이 중국 사절로부터 백송 두 그루를 받아, 그 가운데 한 그루를 이 마을에 살고 있던 최상규(송포 백송의 소유자)의 조상에게 준 것으로, 묘지 주변에 심은 것이 크게 자란 것이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조선 세종(재위 1418∼1450) 때 김종서가 6진을 개척할 당시 그곳에서 근무하던 최수원 장군이 고향에 오는 길에 가져다 심은 것이라고 전해진다.

 

 

나무의 수령을 250살로 추정할 때 두가지 유래가 모두 맞지 않다. 어쩌면 모종을 얻어 싹틔운 백송일 가능성도 있다. 어찌됐건 고양시 백제관 등을 감안할 때 중국과의 교류 과정에서 식재된 백송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현재 문화재로 지정된 백송은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 있는 600년 수령의 백송과 수송동 조계사 내 백송, 그리고 이천시와 충남 예산에 각각 한그루가 있다. 서울 용산에 있던 백송은 나무의 수령이 다해 2003년 지정해제됐다.

 

 

고양시는 행주산성을 중심으로 문화관광지가 잘 형성돼 있다. 또 호수공원을 비롯해 각종 공원과 문화시설도 잘 발달해 있다. 그리고 세월의 무게를 담으며 묵묵히 서 있는 백송 한그루가 고양시의 작은 야산을 지키고 있다.

 

[ 경기신문 = 안직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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