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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함께하는 오늘] 봄비와 나 사이

                 봄비와 나 사이

 

                                              서 영 택

 

봄과 비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햇살 잡고 갓 피어난 개나리는

왜 어깨가 젖었는지

 

베란다 창으로 뭉쳐진 시간이 흘러내린다

 

불확실한 내일이

겨우내 자라던 막막함이

한 남자의 쓸쓸한 그림자가 흐른다

 

놀이터 한가운데 열린 괄호같은 웅덩이

누군가 건네지 못한 말이 고여있다

 

어린 나는 첨벙거리며 웃는다 웃음소리에

시간의 속도가 비켜간 기억이 둥글게 퍼지고

 

바람의 혀가 내게 전한 말은 끝내 해석되지 않는데

계절의 속살을 감춘 빗소리가 부풀어 오른다

 

봄비와 나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를 닮은 잿빛구름이 하늘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서영택

1952년 경남 마산출생. 2011년 ‘시산맥’으로 등단. 시집으로 ‘현동 381번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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