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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두의 시선]우수영 가는 길

 

수도권서 해남 땅끝을 향해 5시간을 달리다보면 우수영에 닿는다. 역사의 현장인 이곳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탁월한 전투력과 숭고한 사명감으로 위기에 처한 조선을 구하고자 크게 승리한 명량대첩을 기념한 곳이다. 장군하면 떠오른 것은 “죽고자 하면 반드시 살 것이요, 살고자 하면 반드시 죽을 것이다”,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좇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말은 유년기와 성장기를 겪으면서 뇌리에 박혀 삶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우리 사회가 점점 각박해지고, 사람들 간의 온기와 정이 메마르고, 극단적인 분열과 갈등으로 이기주의가 만연된 시대를 살아간다. 오늘이 있기까지 선조들의 한(恨)의 역사와 희생정신을 돌아볼 때가 아닌가 싶다. 명량대첩은 임진왜란 이후 왜군에 의한 재침인 정유재란 시기의 해전으로, 1597년(선조30년) 9월 16일 장군이 명량에서 12척으로 330척의 왜선을 격파한 전투를 말한다. 명량대첩 이전 조선은 파면 당한 이순신 장군 대신 삼도 수군통제사로 임명된 원균의 패배로 해상권을 상실한 상태였다. 누명을 벗고 복귀한 이순신 장군은 남아 있는 12척의 배로 지형적 환경과 치밀한 전술을 이용해 왜군을 크게 무찌르고 조선의 해상권을 회복했다.

 

명량대첩은 이순신 장군의 대표적 전투 중 거북선 없이 출전해 커다란 승리를 거둔 전쟁이다. 명량에서 패배했다면 일제 식민지가 300여년 앞당겨졌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명량대첩은 조선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전쟁으로 기록하고 있다. 우수영 명량대첩기념공원에는 해전사를 담은 전시관과 충무사와 우수영문화마을에 다양한 이야기 거리와 주민들이 참여하는 스토리가 있고, 문학사의 한 장을 채우는 법정스님의 기념도서관도 건립추진 되고 있다.

 

우수영에서 제주도와 추자도를 갈 수 있는 여객선이 1일1회 운항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영화관을 찾는 횟수가 멀어졌다. 우수영 울돌목을 서자, 영화 ‘명량’이 되살아난다. 영화를 훌륭하게 제작한 김한민 감독에게 고마움도 있지만 영화는 명량해전을 둘러싼 여러 상황과 얘기들은 거두절미시킨다. 해상에서 일어난 전투과정에만 집중한 메시지만으로도 명량은 실제적인 전쟁 상황과 우리 사회 리더십의 부재와 이에 대한 갈증이야말로 흥행과 관심의 요소를 만들어낸 영화다. 충무공 이순신을 두고 우파는 이순신의 충효사상을 지배 이데올로기로 둔갑시켜 국민을 자기편으로 통치하는데 활용했고, 자유주의자들은 장군이야말로 백성들과 함께 새로운 세상과 이에 준하는 어떤 질서를 정립했던 역사적인 인물로 생각하고 말했다. 그래서 누구도 다른 논란과 논쟁을 일으킬 수 없는 좌우 모두에게 영웅으로, 폭넓은 스펙트럼과 연령대를 구분하지 않고 관객을 모았던 영화다.

 

심호 이동주 시인의 ‘강강술래’ 시(詩)도 있지만 강강술래는 우수영의 꽃이다. 중요무형문화제로 유네스코와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된 강강술래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마을 부녀자들을 모아 남자처럼 위장하여 옥매산을 빙빙 돌며 군사가 많은 것처럼 인해전술을 펼친 유래가 있다. 해남 우수영을 비롯한 인문학 고장의 면모는 진도군을 비롯한 시군들과 융합될 수만 있다면 문화향유의 기회충전과 고품격의 문화를 국민들에게 줄 수 있을 것이다.

 

된 바람과 강한 빗줄기가 멈추더니 햇빛이 내린다. 비에 적신 짙푸른 소나무들이 오랜만에 쉼을 만끽하고 있다. 백련재 문학의 집 뒤편으로 산새소리가 어떤 근심들을 씻어준다. 저렇게 소슬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처럼 찌푸린 상념의 마음을 달래 듯 대지 밖으로, 활짝 웃음의 날개라도 달고, 길은 끝났지만, 우수영 가는 길로 여정을 잡아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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