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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스타의스타트랙] 문화의 다양성

 

나는 몇 해 전부터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사진을 통한 재능기부를 해오고 있다. 음악과 더불어 오랫동안 사진을 해왔고 그래서 사진이라는 것을 통하여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기에 시작한 일이었다.

 

홀몸 노인들을 찾아가 장수 사진을 찍어드리기도 하고,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사진 앨범을 만들어 주는 장기 프로젝트라던지, 저소득층 자녀들을 찾아가 사진 교실을 여는 등 여러 분야에서 일을 진행해 왔다. 그리고 또 하나 진행했던 일 가운데 하나는 다문화 가정을 촬영해주는 것이었다. 의외로 신혼여행을 가지 못한 다문화 가정들이 많아 그들과 함께 여행을 가서 촬영했던 경우도 있었고, 결혼사진이 없는 부부를 위해 동네 작은 예식장을 빌려 가족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언젠가 서울 근교 농촌의 다문화 가정들을 대상으로 가족사진을 찍어줄 기회가 있었다. 꽤 많은 부부가 왔고, 차례대로 그들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차례가 된 만삭의 부인이 남편과 함께 걸어 들어왔다. 그녀는 브루나이 출신이라고 했다. 포즈를 잡고 촬영을 하려던 그때, 시어머니로 추정되는 할머니가 다가오더니 “요즘 임산부들은 이렇게 사진 찍는다던데?” 하면서 갑자기 그 부인의 상의를 들어 올렸다. 물론 그 상태로 촬영을 하진 않았고, 재빨리 다시 옷을 제대로 입어 주십사 말씀드리고 촬영에 들어갔지만,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너무 미안했다. 나는 그때 불룩한 배가 드러난 채로 아무 말도 못 하고 수치스럽게 서 있었던 그 부인의 표정을 아직도 기억한다.

 

우리는 다문화 사회를 살고 있다. 예전에는 외국인이라 하면 관광객들이나 스포츠 용병, 원어민 강사, 모델, 군인 등의 일을 목적으로 한시적으로 온 사람들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가정을 꾸리고 우리나라 국민의 일원이 되어 사는 인구가 비약적으로 많아졌다. 요즘 TV의 외국인을 등장시킨 토크쇼 혹은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보이는 그들은,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 한국화된 모습으로 등장한다.

 

수년 전 ‘미녀들의 수다’가 인기를 끌었을 때의 상황과는 정서적으로 사뭇 다른 포지션이다. 물론 이런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다른 문화권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 들을 수 있다는 것이겠지만, 한국인과 무척이나 닮아 있는 그들의 모습에서 국경을 뛰어넘는 동질감을 느끼게 해준다는 부분도 클 것이다. 같이 지내면 닮아가기에, 그들이 남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 역시 당연하다.

 

언젠가부터 뉴스에서 한국인으로부터 부당한 처사를 받았다는 외국인의 이야기가 줄을 잇는다. 남편으로부터 구타를 당했다는 부인의 이야기부터, 고용주로부터 성폭력을 당해왔던 노동자의 이야기까지, 너무 부끄럽다. 아직 너무 모르는 사람이 많고, 쓸데없는 선민의식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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