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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찰청 순경시험, 관리도 ‘부실’ 수습책도 ‘누더기’

문제 유출·난이도 부적정…‘불공정’ 없도록 개선해야

  • 등록 2020.09.22 06:02:24
  • 13면

경쟁률 18대1이 넘는 순경 채용 필기시험에서 문제가 사전 유출되는 등 시험 관리부실로 경찰청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일부 수험장에서는 시험이 늦게 시작되거나 추가 시간이 제공됐다는 논란이 일고, 시험 문항 난이도 논쟁까지 불거지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후 수습책마저 누더기처럼 내놓고 있어서 수험생들의 불만이 높다. 실추된 경찰청의 불공정 이미지를 일신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개선책이 필요해 보인다.

 

최종 2735명 선발을 목표로 경찰청이 19일 전국 94곳 수험장에서 진행한 순경 채용 필기시험 응시자는 5만 1419명으로 경쟁률은 18.8대 1이었다. 일부 문제에 오류가 있어서 시험 시작 전 오류를 바로잡으려고 일부 지문을 현장에서 추가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시험장의 감독관들이 응시자들의 소지품 제출 이전에 이를 공지하는 바람에 문제가 터졌다. 조사 결과 이날 추가 지문을 먼저 알려준 시험장은 2684개 교실 중 25곳에 이르렀다.

 

문제의 시험장에서는 추가 지문을 미리 칠판에 써놓는 바람에 수험생들이 갖고 있던 참고서 등에서 해당 부분을 찾아보거나 휴대전화로 다른 수험생과 문제를 공유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시험 당일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경찰학 개론 문제가 미리 유출되는 정황을 보여주는 게시물도 올라왔다.

 

뿐만이 아니라 뒤늦게 여러 문항이 난이도와 적절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 상태다. 변별력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해도 공부를 한 사람조차 못 맞추도록 문제가 나왔다는 지적마저 나왔다. 특히 국사 문제 등에서 실제 사료를 통째로 외우기 전에는 도저히 맞추지 못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문제가 나오기도 했다는 볼멘소리까지 등장하고 있다.

 

경찰청은 이 같은 사태에 대해 “성실히 시험을 준비해온 응시자들께 큰 불편을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모든 필기시험 불합격자에게는 1문제에 해당하는 점수를 추가로 부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점수로 인해 필기 합격자 커트라인 이상의 점수를 받는 수험생은 추가 합격된다. 또 이로 인한 경쟁률 상승 등 피해를 막기 위해 당초 필기 합격자는 A그룹으로, 추가 필기 합격자는 B그룹으로 나눠 최종합격자 결정까지 채용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문제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경찰청의 관리능력은 ‘수준 이하’라는 평가다. 논란이 불거진 이후에 내놓은 해결책 역시 ‘누더기’ 수준이어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관리부실로 만들어진 추가합격자를 시험 도중에 B그룹으로 분리해서 차별 처리를 하는 것 자체가 해당 수험생들에게는 치욕스러운 일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수험생들은 경찰청이 0.1점 차이로 당락이 갈리기도 하는 예민한 시험에 대한 관리를 허술하게 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재시험을 치르는 게 맞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경찰청으로서는 재시험 등 다른 결정을 내릴 경우 열심히 준비해서 합격 점수에 오른 수험생이 또 다른 불이익을 받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라도 해결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높은 경쟁률이 말해주듯이 젊은이들의 경찰공무원에 대한 선망이 매우 높다. 경찰청은 국민적 관심에 걸맞는 채용관리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소란이라니, 말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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