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난개발 천국 경기도, 지금 대비 못하면 대재앙이 될 것”

[시민의 시선] 최병성 목사 인터뷰 (上)
전 용인시 난개발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
난개발 특위 구성, 백서 발간은 전국 지자체 최초의 일
용인 외 김포·파주·화성 등 경기도 곳곳이 난개발로 몸살
산지에 지은 타운하우스, 환경파괴 동시에 주민안전 취약
폭우·지진 대비한 도시정책 필요

강원도 영월 ‘서강 지킴이’와 ‘4대강 저격수’로 잘 알려진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환경운동 이력에 ‘난개발’이 추가될 거라고는 그 역시 생각지 못했다. 

 

안양 도심에서 살다, 집필 활동을 위해 산을 벗 삼아 살고자 2004년 용인 외곽으로 터전을 옮겼다. 그곳에서 그는 난개발 문제의 심각성을 맞닥뜨렸다.

 

초등학교 인근에 세워지는 환경유해시설(콘크리트 혼화재 연구소), 산등성이를 깎아 세운 전원주택단지,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세워진 물류창고 등등. 그야말로 용인은 난개발 천국이었다. 

 

 

 

환경운동이 자신의 목회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최 목사였기에 환경이 파괴되는 것을 심지어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까지 위협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최 목사는 주민들의 편에 서서 여론전을 펼치고, 건설업체의 거짓말을 찾아내 폭로하기도 했다. 심지어 법정 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용인시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용인시 난개발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 자리였다.

 

2018년 당선된 민선7기 백군기 용인시장이 선거 때 핵심공약으로 난개발 해결을 내걸었는데, 공약대로 그는 당선이 되자마자 ‘난개발조사특별위원회’ 발족에 첫 결재 도장을 찍었다. 

 

위원장이 된 최 목사는 매주 2회씩 회의를 하고, 주말도 반납한 채 매주 현장을 조사했으며, 실무부서를 만나 간담회를 진행했다. 

 

그렇게 1년여를 활동한 결과, 지난해 7월 용인 시내 전역의 난개발 실태조사 결과와 문제점, 제도적 개선방안을 담은 『활동백서』를 완성해 용인시장에게 전달했다. 난개발 관련 『백서』가 만들어진 것은 전국 지자체 최초의 일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도 최 목사는 환경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서강에 폐기물 매립장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다시 지킴이 노릇을 하고 있고, 새만금 살리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 와중에도 한편으로는 용인을 넘어 경기도 내 난개발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몸이 하나뿐인 데다 시급한 현안들이 있어 당장 어찌할 수는 없지만, 이 난개발 문제를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큰 재앙이 될 것이라는 염려 때문이다.

 

9월23일 용인시 기흥구 한 카페에서 최병성 목사를 만나 난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총 2편으로 나간다.

 

 

◇ 전국 지자체 최초로 만들어진 ‘난개발조사특별위원회’(특위)에서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백서까지 낸 후 1년이 넘게 지났다. ‘난개발 천국’이라 불리던 용인은 많이 달라졌다고 보는가. 용인시 홈페이지 등을 보면 난개발에 대한 민원이 간간이 보이던데.

 

“규정이 강화되면서 무분별하게 허가됐던 지역 내 난개발은 더 이상 이전처럼 쉽게 허가되지 않는다. 특위가 낸 백서에는 관내 발생한 난개발을 유형별로 나누어 그 중 대표적 사례를 선정, 인허가 서류 및 현장조사를 통해 난개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대안을 마련했다. 

 

또한 이 과정을 거치면서 공무원들에게 난개발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둔다. 공무원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무분별한 개발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는데 그동안은 그러지 못했다. 이것만으로도 많은 게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는 뭐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체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특위 이전인 전임 시장 임기에 허가를 받고 진행 중인 공사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으니까.” 

 

◇ 용인시 난개발은 어느 정도로 심각했나.

 

“용인시는 난개발의 상징적 도시였다. 관내 가장 대표적 난개발은 ‘타운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산지에서 진행 중인 파괴적인 개발이었다. 2015년 정찬민 전 용인시장이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사도를 완화함으로써 급경사 산지를 개발하는 게 가능해졌고 난개발이 가속화됐다. 그 기준에 따르면, 용인시 내 산지에서 개발이 불가능한 곳은 2%에 불과하다. 

 

이밖에 특례법을 악용한 소규모 산업단지 난개발을 비롯해 물류창고, 골프장 등의 난개발이 있다.”

 

◇ 지금 말한 난개발들이 그저 용인시만의 문제는 아니지 않는가.

 

“경기도 내 많은 지자체가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양평군, 강화시, 남양주시, 파주시, 화성시, 광주시 등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전국으로 확장해도 마찬가지이고.”

 

 

 

 

◇ 난개발이 이뤄지는 이유가 뭘까.

 

“서울의 비싼 집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경기도로 거주지를 옮기고 있다. 서울과는 1시간 거리이니 출퇴근도 할 수 있는 데다가, 같은 가격에 더 넓고 심지어 마당이 있는 집을 지어 살 수도 있다. 

 

그런 수요를 아는 개발업자들이 산을 깎아 ‘타운하우스’를 만든다. 산지는 평지보다 토짓값이 저렴하다. 평지는 경사도가 낮고 기반시설 접근이 용이하지만, 산지는 경사도가 높아서다. 이런 이유로 개발업자들이 산지를 싼값에 사들인 뒤 형질을 변경하여 막개발 후 분양을 주는 것이다. 이건 타운하우스뿐만이 아니다. 앞서 말한 물류창고, 산업단지도 크게 보면 같은 이유이다.” 

 

◇ 산에 집 짓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건가.

 

“산에 집 짓는 걸 반대하는 게 아니다. 필요하면 지을 수 있다. 다만 짓더라도 주변 자연과 조화가 되게,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지어야 하는데 이런 식의 개발은 자연에도 그리고 살게 될 주민의 안전에도 좋지 않다.”

 

 

◇ 구체적으로 어떤 면에서 좋지 않다는 건가.

 

“경사도가 높은 산에 집을 지으려면 과도한 절·성토와 옹벽 설치가 이루어진다. 이는 경관을 헤칠 뿐만 아니라 산사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올여름 폭우가 쏟아졌다. 기후위기 시대라고 하지 않나. 앞으로 예상치 못한 폭우, 폭설, 지진 등이 올 수 있다. 

 

약한 지진만 오면 산에 지은 집은 무너지게 될 것이다. 지은 지 몇 년 안 됐는데 집을 받치는 옹벽이 불룩하게 튀어나와 무너질 것 같은 집을 쉽게 보인다. 

 

이런 산지 난개발은 경기도 곳곳에 만연하다. 머지않아 대재앙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금부터라도 기후위기와 지진을 대비한 도시정책이 필요하다.”

 

[ 경기신문 = 유연석 기자 ]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