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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뿔이 있고 없고

인간의 생활현장을 들어다보면 참으로 수많은 소품이 필요하다. 아기를 데리고 외출하는 엄마의 짐은 작전 나가는 군인들의 배낭무게를 넘을 것 같다. 의식주(衣食住)를 메고 들고 다니는 듯 보인다. 우유병, 분유, 보온병은 ‘먹일 식’(食)이고, 기저귀, 손수건, 티슈, 면봉 등은 ‘옷 의’(衣)이며 유아차로 개명하자는 유모차, 양산, 지붕 등은 ‘주택 주’(住)라 하겠다.

 

반면 사자와 호랑이는 천적의 속도를 따라잡는 탄력스러운 네다리와 방향을 조절하는 꼬리, 뾰족한 송곳니, 후각, 빠른 판단력으로 먹고 산다. 방송에서 동물의 왕국을 보면 그 처절함이 보인다. 물소나 양 등 큰 동물을 공격하는 모습에서는 사자의 위엄보다는 먹이를 구하려는 가장으로서의 애잔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가끔은 사자에게 뿔이 있으면 더 쉽게 사냥에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신은 뿔을 주지 않았고 사자는 뿔 없이도 밀림의 왕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화면은 사자, 호랑이, 표범, 하이애나 등 맹수들의 공통점이 뿔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뿔을 쓰지도 않을 것 같은 소, 누우, 사슴, 산양 등 비교적 약한 초식 동물에게는 뿔이 주어졌다. 그리고 ‘동물의 왕국’ 방송을 보면 사슴, 산양, 기린 등은 1년 중 단 며칠간 번식기에 치열한 뿔싸움 대결을 벌인다. 뇌진탕이 걸릴 정도로 강하게 충돌하는 싸움으로 대장을 결정한다. 대장은 호주가 되고 다음 해 태어나는 모든 새끼의 아빠가 된다. 기린들의 대결을 느린 그림으로 본 바 있는데 이때에도 승리의 일격은 있는 듯 없는 듯 보일락말락하는 뿔 공격이었다.

 

사자는 물론 호랑이에게도 주어지지 않은 뿔을 비교적 약한 초식동물들에게 나눠준 섭리를 생각해 본다. 인간의 삶이 힘보다는 지혜로 꾸려지듯이 동물의 세계도 천적을 따라가고 도망치는 치열함이 있다. 우리의 삶속에도 부족함이 있으면 강인함도 있다. 돈과 건강이 균형되지 않는다. 그리고 인간과 사자, 호랑이에게 뿔은 주지 않은 것은 생태계 유지를 위한 신의 마지막 한 수가 아닐까. 직장생활에서 있지도 않은 뿔이 난 듯 화를 내는 것은 조물주의 생각과 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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