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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올라올 때 못본 꽃

분재는 고개를 숙인 자에게 진면목(眞面目)을 보인다 하고 아는만큼 보인다고도 한다. 올라올 때 못본 꽃을 내려갈 때 보았다는 시가 있다. “내려갈 때 보았네 / 올라갈 때 못 본 / 그 꽃. (그 꽃 전문, 고은)”

 

여기서 꽃은 사람일 수도 있고 정말 꽃이기도 하겠다. 바쁘게 살다 보니 다 살피지 못하는 인생이다. 아들딸 자식보다 손자 손녀가 더 예쁘다는 역설이 역설이 아니라 정설이란다. 젊어서는 직장을 다니면서 아들딸 키우기에는 버거웠고 인생 중 청춘이 바빴다. 그러다가 나이 들어 꼬물거리는 슬하의 손자·손녀가 예쁘단다. 자식은 내리사랑이란다. 과거 봉건시대에 시골에는 아들은 미워하여 외면하면서 손자·손녀를 귀엽다하는 할아버지가 많았다.

 

그래서인가 세상사는 보는 시선과 시야에 따라 달리 보인다. 색안경을 쓰고 보지 마라는 말로 풀어본다. 잘할 것이라는 동료가 틀렸을 때 오는 실망감보다 못할 것이라는 후배가 잘했음을 알아내지 못하는 선배가 걱정이다. 우리 사회는 끊임없는 선배와 후배의 연결고리로 이어간다. 그리니 가정이든 직장이든 정치사회이든 지역사회 모임에서조차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고 그 사람의 시각과 시선을 공유해야 한다. 자신의 고정 프레임을 고수하는 것은 '슬기로운 사회생활' 방식이 아니다. 양보하는 것이 절대 손해가 아님을 알면서도 그리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역지사지(易地思之), 타산지석(他山之石). 겸손한 몸낮춤의 자세로 분재를 바라보면 세월의 아픔을 이해하게 되고 그 자리를 지키는 초록의 원천과 아름다운 꽃의 출발점을 알게 된다. 최소 7급 공무원이면 10년차이니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었을 것이다. 6급이면 나라걱정을 한다.

 

우리의 시선이 틀리거나 다른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그러니 봉건시대 할아버지들은 왜 손자·손녀만 사랑했을까. 삶에서 올라갈 때 다하지 못한 자식사랑을 인생의 산을 내려 올 때는 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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