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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희의 미술이야기] 코로나19 국면의 전시장 풍경

 

코로나19가 안겨준 삶의 고민이 전시장 곳곳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들보다 좀 더 일찍 고민을 시작하고 작품을 발표해 주는 작가들 덕분에 내가 가진 고민을 보다 솔직히 털어놓을 용기를 얻었다.

 

갤러리 라온에서는 7일부터 고강필 개인전 ‘번짐의 흔적’이 진행된다. 고강필은 한지 위에 사람 형태의 선을 가느다랗게 그린다. 배경은 온통 오렌지빛으로 물들었고 그 안에서 사람 형태는 외롭게 서 있다. 작가는 물감이 건조되면서 번지는 효과를 노렸다. 처음 붓이 닿았던 선은 사람 형태의 틀을 잡아주었고 사람을 채우던 물감은 서서히 번지며 조심스럽게 외곽선을 벗어났다. 틀에 갇혀 있지만 자유로워지고 싶은 사람이 그렇게 완성되었다.

 

이랜드 스페이스에서는 10월 29일까지 김혜영 개인전 ‘아무도 살지 않는 Solitude of mind’이 진행된다. 고독한 풍경 안에 놓인 한 채의 집은 특정한 시공간에 홀로 서있는 이를 연상시킨다. 풍경은 이상하리만치 침착하고 음산하다. 집은 독특한 경계에 놓여 있다. 가령 파도가 덮칠 것 같은 바닷가, 숲이 우거진 곳으로 진입하는 길목, 산 능선이 접혀 들어가며 만나는 지점 등에 놓여 있는 것이다. 고독을 즐기다 못해 고독이 위험수위에 차오를 때까지 고독을 즐기는 취향을 버리지 못하는 고집 같은 것이 느껴진다.

 

고독을 즐기는 은밀한 취향이 이처럼 존중받았던 때도 있었을까. 혼자 있길 좋아하는 내성적인 사람들은 코로나19로 각종 모임이 취소되었을 때 안도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코로나라는 내심 좋은 핑계거리를 방패 삼아 창가에 자리를 펴고 앉는다. 그리고 정지된 듯한 풍경과 시간을 마음껏 즐기겠지. 워낙 간절히 원했던 순간이기에 창가로 쏟아지는 햇빛이 질릴 리는 만무하지만 한없이 그렇게 앉아있어 보니 스스로 화석이 되어가는 듯한 느낌도 스멀스멀 올라온다.

 

10월 8일부터 11월 8일까지 단원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전시 ‘용기는 파도를 넘어’는 제목부터 참 시원하고 맘에 든다. 코로나19에 타격을 받고 있는 작가들을 지원하며 기획된 전시라 한다. 코로나19 국면을 겪고 있는 작가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윤석훈 작가의 ‘서쿠니의 하루살이’는 공원 벤치 실사 위에 음악을 듣고 있는 남자를 카툰으로 그려 넣은 작품이다. 남자는 실내복, 슬리퍼 차림을 하고 마스크를 쓴 채 음악을 듣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이 그다지 나쁘지만은 않다는 듯 한가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다.

 

이미숙 작가의 ‘멈추고 앞을 바라보다’라는 도자기 작품은 사랑스러운 한 인물이 손뜨개 마스크를 걸고 어딘가를 바라보는 모습이다. 잠시 멈추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인물의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성승혜 작가의 ‘20세기’는 수채화로서 물속에서 헤엄치는 사람들을 그리고 있다. 그들은 결승점에 그려진 십자가를 향해서 물속에서 힘차게 전진하고 있다. 맹목적으로 종교를 따르는 이들의 행태를 그린 작품이다.

 

공공미술로 안산 시민들과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나누었던 최선 작가는 ‘나비’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파란 물감을 입으로 불어 날갯짓하는 나비를 완성했다. 인간의 숨결로 생명을 얻은 무수한 날개들은 마냥 힘차고 역동적이다. 사회적 재난의 아픔이 가시지 않은 안산에서 이처럼 유쾌하고 힘 있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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