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창룡문] 業(업)

 

어려서 동네 할아버지로부터 들은 이야기로 옛부터 뱀은 ‘業’이라 하여 ‘집지킴이’로 모셨다. 어르신들 말씀중에  “부잣집 업나가듯 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말은 큰 구렁이가 재물을 늘게 해 주는 집지킴이로 있다가 슬며시 나가면 집안이 기울어 간다고 믿어 왔다. 그런데 어린시절 농촌의 어르신들은 뱀뿐 아니라 집안에 사는 모든 동물을 바로 業으로 여기신 것 같다. 비가 많이 오는 날 집 밖으로 나온 달팽이, 지렁이, 두꺼비,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미꾸라지조차 귀하게 대했다. 우리의 재산을 지키고 가족의 吉凶禍福(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신격화된 동물로 대우받았다.

 

이들 業 동물들은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집을 옮겨간단다. 재산싸움, 무모한 욕심,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다하지 못하는 집에는 더이상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산이란 본인의 노력에 의함도 있지만 주변의 성원, 소비자, 정부정책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증식되는 생물체라 할 것이다. 그러니 증식에 합당한 세금을 내고 사회에 환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하지 못한 부자를 일러 ‘猝富(졸부)’라 하고 갑자기 돈을 번 사람이 돈을 제대로 쓸 줄 몰라 일탈된 행동을 하는 증상을 졸부증후군(猝富症候群)이라 한단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돈을 쓰는 것도 어려서부터 훈련이 필요한가보다.

 

이에 반해 拙著(졸저)란 자기의 저술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이고 졸고(拙稿)란 내용이 보잘것없는 원고, ‘자기와 관련된 사람의 원고를 겸손하게 이르는 말’로 쓰인다. 글 쓰는 이들의 겸양지심인 것이다. 그래서 사업청탁은 불법이지만 원고청탁은 합법이다. 원고청탁했다고 경찰이 잡아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권을 청탁하면 위험하다. 그래서 재산뿐 아니라 사회생활 속에서도 우리를 이끌어주는 사회적 業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소통하는 직장생활, 승진을 응원하는 상사와의 조합, 힘을 합해 앞으로 나가는데 최선을 다하는 후배의 만남이 직장에서 자신을 발전시키는 업이라 풀어본다.

 

오늘도 주변의 고마운 業 선후배들에게 긍정의 기운을 한가득 보내보자.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