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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수처, ‘지연전술’도 ‘중립성 훼손’도 부적절

어쨌든 실정법…법 지키되, 입법 명분 흠집 안 돼

  • 등록 2020.10.27 06:00:00
  • 13면

국민의힘이 며칠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2명을 내정했다. 야당의 뻗대기에 속앓이를 하며 추천위원 결정을 압박하던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진정성을 의심하면서 공수처 단독구성이 가능하도록 법을 고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며 압박하고 있다. 공수처법은 엄연히 실정법이다. 국민의힘은 담백하게 협조해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이 지난해 입법 당시의 대국민 약속과 달리 중립성 본질을 해치는 개악을 시도하는 것도 안 된다.

 

국민의힘은 대검찰청 차장 검사 출신 임정혁 변호사와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이헌 변호사를 내정하고 공수처 설치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14일 공포된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6개월이 경과한 7월 15일 공수처를 출범토록 규정했다. 제1야당이 그동안 “우리는 찬성한 적이 없다”, “헌재판결까지 미루자”는 비논리로 공수처 출범을 발목잡기 식으로 지연시킨 것은 법치 국가 또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무시한 그릇된 행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회가 다수결로 통과시킨 법은 법원 결정으로 부정되지 않는 한 유효하다. 비록 지난해 여야의 치열한 대치국면에서 여당이 힘으로 밀어붙인 입법행위를 바람직했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그렇다고 결과물에 대해 정치적 당부(當否) 견해를 이유로 존중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 굳이 ‘악법도 법’이라는 말을 쓰지 않더라도 상식 아닌가.

 

극렬한 비협조 때문에 제1야당이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결정한 상태에서도 민주당이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정서는 이해가 간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여당이 지금 와서 공수처법 자체를 바꿔서 법 조항의 핵심 중 핵심인 ‘중립성 보장’ 장치에 손을 대겠다고 하는 것 또한 어불성설이다. 문제를 그렇게 본질 훼손의 방식으로 풀어가서는 안 된다.

 

현행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후보추천위는 당연직 3명과 여야가 각각 2명씩 추천하는 위원 등 7명으로 구성된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은 6명 이상 찬성으로 의결되므로 야당 몫 위원들이 반대하면 공수처장을 임명할 수 없다. 지난해 찬반 논란이 극심할 적마다 민주당은 야당과 국민에게 이 조항을 들어서 공수처는 정치적으로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누누이 강변해왔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억지를 부리고 떼를 쓴다고 ‘여야 각각 2명 추천’으로 돼 있는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을 ‘국회 4명 추천’으로 바꾸고 추천위의 의결정족수도 5명으로 완화, 야당의 비토권을 사실상 삭제해 대통령이 독단 지명하는 형태로 고치는 개정법안을 내는 것은 옳지 않은 행태다. 소속 검사의 수를 대폭 확대하거나 공수처 검사의 자격을 변호사 경력 10년에서 5년으로 낮춰 민변 출신 기용을 쉽게 하려는 것 또한 수상한 욕심이다.

 

이런 시도는 실질적으로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는 우리 대통령제의 맹점을 개혁해야 한다는 진보의 어젠다와도 정면 배치된다. 결국은 대통령의 친위대로 변질되거나, 해체대상이 되는 그런 공수처라면 무슨 소용이 있나. 양식 있는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든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울 제대로 된 진짜배기 공수처를 바랄 것이다. 국민의힘은 과거 수구꼴통의 관성에 휘둘려 무조건 막아서는 게 능사가 아니다. 민주당 또한 야당의 발목잡기를 빌미로 딴마음을 먹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