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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맹탕 4류 국정감사, ‘국정’도 ‘국민’도 없었다

예산안 심사 시작…‘민생정책’ 경쟁하는 국회 보여주길

  • 등록 2020.10.28 06:00:00
  • 13면

기대를 모았던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맹탕’ ‘무한 정쟁’이라는 최악의 이미지만 남기고 허망하게 지나갔다. 여당은 야당의 공세를 철벽 방어하는 데만 골몰했고, 야당은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고 헛발질을 계속하는 코미디 같은 장면만 연출했다. ‘민생 국감’을 하겠다는 여야의 말은 철저히 ‘헛소리’로 끝났다. 대체 언제까지 이런 생산성 빵점짜리 국회를 견디고 봐줘야 하는 건지, 한숨만 나온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별세에 즈음하여 그가 남긴 어록이 회자된다. 그 중에도 가장 많은 이들이 거론하는 말은 “정치는 4류”라는 돌직구다. 김영삼 대통령 때인 1995년 4월 13일, 이 회장은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점심을 함께하면서 “우리나라 행정력은 3류급, 정치력은 4류급, 기업 경쟁력은 2류급”이라고 격정 토로했다.

 

4류로 지칭된 당시 정치권이 이 회장을 겨냥해 갑질 핀잔을 이어갔지만, 다수 국민은 속이 뻥 뚫리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로부터 4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정치는 과연 몇 류나 되어있을까. 작금의 정치를 놓고 여전히 3류로 쳐 주는 사람마저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 국민은 세월이 흘러도 도무지 진화하지 않는 정치 권력의 후진성에 넌더리를 내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번 국감에 임하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 국난 극복과 민생, 미래전략, 평화에 초점을 두겠다고 약속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국정 난맥상과 정권의 실정을 알리는 데 치중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막상 판이 벌어지니 여야는 치졸한 정쟁만 되풀이했다. 여당은 야당이 요구하는 증인 신청을 모조리 묵살 거부하면서 행정부 견제라는 제1사명을 저버렸다.

 

국민의힘 또한 스스로 얼마나 무능한 야당인지를 증명했다. 제대로 된 정보와 전문성으로 무장하여 진지하게 달려들어도 될까 말까 한 국감장에서 야당 의원들은 단견과 허접한 논리로 어설프게 덤비다가 망신만 당하는 꼴이었다. ‘국정감사는 야당의 꽃’이라는 공식은 무참히 무너졌다.

 

‘라임·옵티머스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의 적절성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모든 의제를 집어삼켰다. 뚜렷한 근거 없이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며 청와대와 법무부 공격에 몰두한 국민의힘 의원이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일방적으로 두둔하기만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모두 제 역할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국민의 눈에는 오직 진영의 이해에 충실한 돌격대 졸개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쟁점 상임위 곳곳에서 호통과 막말, 욕설과 삿대질이 난무하는 등 볼썽사나운 장면들도 재연됐다. 정부 정책의 잘잘못을 따지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 국감’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국정감사는 1972년 유신쿠데타와 함께 폐기됐다가 1988년 13대 국회에서 겨우 부활한 국회의 행정부 견제 활동의 핵심이다. 코로나 국난 극복과 민생을 챙기겠다던 여당의 약속은 어디 갔나. 야당은 시종일관 ‘헛발질 망신’ 말고 뭘 남겼나. 이제 국회는 555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시작했다. 여야를 불문하고, 나랏일보다는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혈안이 되는 구태가 걱정된다. 지금이라도, 살얼음판에 오른 위태로운 민생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신실한 국회를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