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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공직자스러운 글쓰기

 

 

글을 쓰면서 의무적, 기계적이지 않을까 걱정을 한다. 우선은 제목을 길게 잡지 말아야 하고 사회적인 기준에 맞는 내용이어야 한다. 다음으로 용어의 선택이 어렵다. 이 글을 누군가에게, 독자에게 보인다는 전제가 있으므로 마음속의 울림을 다 표현하지 못한다. 글을 쓰면서 강하게 비판하고 싶지만 누군가 이의를 제기하면 곤란하다는 우려가 앞선다. 그래서 중간쯤으로 표현하게 된다. 이렇게 말하면 상대성이 있는 분들의 반론이 걱정이다. 설명을 구체적으로 하면 눈치 빠른 동료나 선후배들이 누구를 지칭하는가 알아챌 것 같으니 이 또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더러는 아예 실명으로 쓰기도 한다. 물론 좋은 이야기이니 당사자의 이름을 밝히는 것이 본인에게도 기분 좋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익명으로 하는 경우에 어느 정도 알아챌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

 

공무원으로서 전임자나 후임자에 대한 이야기도 어렵다. 사실 부족한 전임을 만나야 후임이 빛나지만 능력있는 후임을 만나야 감사를 무난히 넘긴다. 올해 처리한 업무는 대부분 3년후에 감사를 받는다. 후임자가 확인서를 쓰겠지만 징계는 처리한 담당자가 감당할 일이다. 그래서 후임을 탓하기도 하고 감사부서를 원망하기도 한다. 공직생활중에 감사부서에 가지 않은 것도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최근에 자주 전 직장에 업무차 들르면서 생각했다. 평온하게 다른 부서에 도움을 주면서 근무했으므로 이처럼 여러 사무실을 활보하는 것 같다. 선후배를 힘들게 했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공직경험을 글로 적어 올리는 것이 타당한 일인가 돌아보게 된다. 선배들이 대과없이 공직을 마쳤다는 말에 이의를 제기한 바 있는데 이점 거듭 글로 사과드린다. 공직을 순탄하게 마치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말이다. 공무원은 자신의 잘못이든 시대적 상황을 피할 수 없었던 경우이든 크고 작은 사건사고로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니 훈장을 받았다고 잘한 것인가 반문하게 되고, 공직중에 징계를 받았다고 모두 다 잘못만은 아니라는 점도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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