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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하늘의 창(窓)] “분수를 모르면…”

 

도시에 공부하러 떠난 아들이 어느 날 시골 아버지를 찾아왔다. 돈이 떨어진 탓이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공부는 안 하고 팽팽 놀기만 한 것을 담박에 알아차렸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대신 “풀베기를 해야 하니 갈퀴를 가져오렴” 했다. 아들은 아버지가 일 시킬 것이 뻔해 “갈퀴? 그게 뭐지요? 제가 공부에 바빠 생각이 나질 않네요” 하고는 마당을 가로질러 방으로 들어가 퍼 잘 꾀를 부렸다.

 

그러다 마당에 놓인 갈퀴를 잘못 밟아 이마를 쿵하고 짓쪘다. “아니, 누가 여기다 갈퀴를 놓아 둔거야?”하고 씩씩거렸으나 이미 피멍이 커다랗게 생긴 뒤였다.

 

이번에는 갈까마귀 이야기다. 독수리가 높다란 산 위에서 쏜살같이 내려와 새끼 양 한 마리를 나꿔채는 걸 본 갈까마귀가 자기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여겼다. 기고만장하여 들판의 숫양을 내리 덮쳤으나 발톱이 양털에 얽혀 박힌 채 그만 파닥거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목자가 이걸 보고 갈까마귀를 사로잡아 날개를 꺾고는 집으로 가져가 아이들에게 놀잇감으로 주었다. 아이들은 이 새가 무슨 새냐고 묻자 목자가 답했다. “갈까마귀가 분명한데, 독수리가 되고 싶었던 모양이야.”

 

톨스토이와 이솝이 각기 전해준 이야기들이다. 농사꾼 아들이 도시에 올라가 공부한답시고 뻐기고는 농사짓던 시절을 멸시하다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 일이다. 갈까마귀는 제 깜냥을 모르고 함부로 덤볐다가 자기 함정에 빠진 비극에 처한다. 짧은 우화를 대하면서 검찰개혁의 임무를 맡겨놓았더니 엉뚱한 일을 벌이다 희안한 처지에 놓이게 된 검찰총장 윤석열이 떠오른다.

 

프랑스 혁명은 일거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혁명을 좌절시키고 구시대 앙시앙 레짐의 특권을 복원시키려는 반동의 움직임은 끊임없이 벌어졌다. 기득권 수호는 본래 죽기 살기다. 적폐청산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그러나 일단 방향을 튼 역사는 긴 안목에서 보자면 거꾸로 가지 않는다. 결국 프랑스 혁명은 모든 근대혁명의 모범과 뿌리가 되었다.

 

아무리 정세가 위급하다고 해도 정치군부가 다시 등장해서 쿠데타를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이제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도 없다. 역사가 진로를 바꾸었기 때문이다. 정치검찰의 운명도 이와 다르지 않게 될 것이다. 검찰의 독립을 내세워 나라 안의 또 다른 자기들만의 정부를 세우고 지속시키려 한 자들의 우격다짐은 훗날 풍자와 조롱의 대상이 될 게 뻔하다. 갑오경장 이후 신분질서가 사라진 지 언제인데 국민에게 상전 노릇하려 들었기 때문이다.

 

정보와 권력이 집중된 파워 엘리트는 어느 시대이건 있어 왔다. 그러나 이와 함께 이들에 대한 민주적 통제 역시 계속 강화되고 진화해왔다. 이걸 모르고 날뛰면 갈퀴를 잘못 밟아 이마에 피멍이 들고, 갈까마귀 신세가 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