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가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을 피하려다 사고를 일으킨 경우 본인은 책임이 없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와 대법원 상고심 판결이 주목된다.
또한 현재 재판이 진행중인 끼어들기 교통사고 관련 1심과 항소심 판결에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고법 민사11부(김대휘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왼쪽 차로에서 급히 끼어드는 승합차 때문에 트럭이 오른쪽 차로로 피했다가 뒤따라오던 버스가 급정거해 승객이 다친 데 대해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승합차 운전자와 트럭 보험사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승합차 운전자에게만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일반적으로 도로에서 자기 차로를 따라 운행하는 운전자는 다른 차량들도 정상적으로 운행하리라고 믿는 것이 보통이며 옆차로 차량이 갑자기 끼어드는 경우까지 예상해 운전할 주의 의무는 없다"며 "승합차가 갑자기 끼어들리라고 예상치 못한 트럭 운전자에게까지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트럭 운전사 최모씨는 2001년 9월 안양시 호계동 4차선 도로 3차로를 달리다 2차로에서 하모씨의 승합차가 갑자기 끼어들자 4차로로 피했으며 4차로에서 뒤따라오던 버스가 추돌을 피하려고 급정거하는 바람에 버스 승객 박모씨가 넘어져 목뼈 등을 다쳤다.
버스운송조합연합회측은 다친 박씨에게 보험금과 치료비 등 7천100여만원을 지급한 뒤 승합차 운전자 하씨와 트럭 보험사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냈다.
이같은 판결이 내려짐에 따라 수원지법과 안산,여주,평택,성남지원 등에 계류중인 재판과 항소심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기도내 법원 본원과 지원에는 끼어들기가 사고원인을 제공함에 따라 제기된 소송이 수 백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원지방변호사회 소속 한 중견변호사는 "그동안 원인제공여부에 관계없이 과실상계로 책임을 지는 억울한 운전자가 많았다"며 "이번 고법 항소심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새로운 판례로 미치는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