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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도심거리의 푸른 은행잎

 


철지난 바인더를 뒤지다 발견한 글을 재활용하자 한다. 20년 전에 적어둔 글인데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자는 내용이다. 글을 읽으며 살아오면서 남을 위해 무엇이라도 행하였나 반성해 보게 된다. 그 글의 일부를 소개한다.

 

“올 가을에는 먼저 온 겨울 때문에 대부분의 은행나무들이 푸른 잎을 회색 보도위에 뿌리며 아주 짧은 생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은행나무는 그 잎새들과 약속도 안한 것 같은데 순서도 없는 것 같은데 겨울날 눈 내리는 모습을 미리 배워왔는지 차례차례 내려와 차곡차곡 쌓입니다.”

 

이어서 날씨가 추워지는데 가로의 은행잎보다 복지시설 울타리 나뭇잎은 더 빨리 떨어지고 그 안에 사는 이들은 이 겨울이 더 추울 것이라는 걱정을 한다.

 

“여름은 가난한 자의 계절이요 겨울은 부자들이 기다리는 절기라고 했던가요. 날씨가 추워지면 빈자들은 여름보다 비싼 겨울옷 값이며 연료비를 부담해야 하고 빙판길을 헤치며 돈벌이를 해야 하는 고통을 걱정하기 때문이겠지요. 고아원, 양노원 주변의 나무들은 도심의 은행나무보다 일찍 낙엽을 떨구니 울타리속 우리의 이웃들은 더더욱 추울 것입니다.”

 

당시에 어느 도시의 환경미화원들은 떨어진 은행잎을 자루에 담아 제약회사에 팔아서 받은 돈을 동료 자녀의 장학금으로 전달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아마도 그래서 올가을 은행잎이 저렇게 이른 아침을 택해 일시에 떨어져 그 값을 올리고자 하는 것 같다고 적었다.

 

이어지는 은행잎과의 대화다. “은행원은 저만큼의 예금을 유치하기를 바랄 것이고, 문학소녀는 저만큼의 은행잎을 간직할 詩集(시집)을 갖고 싶어 할 것이고, 졸부는 그래도 부족하여 저만큼 더 돈 벌기를 원할 것입니다.”

 

拙稿(졸고)는 간절한 마음으로 마무리 된다. “오늘 출근길에도 은행나무 잎새가 가지에 매달려 있다면 아직 늦은 것은 아닐 것입니다. ‘마지막 잎새’가 찬바람을 가르며 떨어지기 전에 한 번만 더 이웃의 ‘그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낙엽이 지는 초겨울이 오히려 따뜻한 우리의 사회를 다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20년전에도 서민들은 힘들었다. 오늘의 국민들은 코로나19로 모두 다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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