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징계 조치가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들 사이에서도 정치적 명암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먼저 공세에 앞장섰던 이낙연 대표는 정치적 부담을 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재판부 사찰 의혹이 불거진 윤 총장의 징계를 공개 촉구하며 여권의 강경 대응의 선봉에 섰다. 이 문제에 대한 국정조사 카드를 일찌감치 꺼내기도 했다.
하지만 국정조사를 거론한 것이 야당에 역공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부정적 반응이 나왔고, 윤 총장이 살아나면서 징계 요구마저 무색해진 상황이 됐다.
이 대표는 일단 검찰개혁 완수를 강조하며 국면 전환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친문 지지층은 더 강한 공세를 요구하는 상황이어서 친문과 중도 표심 사이의 기로에 놓인 형국이 돼 버렸다.
이 대표와 달리 이재명 경기지사는 '추-윤 갈등'에 직접적인 언급을 삼가며 전선에서 비켜나 있었다.
그는 "무소불위 검찰 권력은 견제가 있어야 한다"며 공수처 출범과 검찰개혁 당위에 대한 원칙론적 입장을 밝히는 정도에 그쳤다.
여의도의 '블랙홀 이슈'과 거리를 두며 재난지원금 등 민생 이슈에 상대적으로 더 집중하면서 중도층에 한 발 더 다가서는 효과를 챙겼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여권 관계자는 27일 "친문계 시각에선 이 지사의 행보가 얄미울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보면 당 내부적으론 크게 점수를 땄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크호스로 꼽히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경우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 11월말 문재인 대통령에게 동반 사퇴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내각 2인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했다.
특히 "윤 총장 징계 문제가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징계 절차와 상관없이 윤 총장의 자진 사퇴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당시만 해도 당내 친문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정 총리를 향한 반발 움직임이 일었지만, 윤 총장의 '판정승'으로 국면이 바뀐 지금은 균형감 있는 적절한 조정 시도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총리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무색무취', '밋밋하다'는 시선에 변화가 생긴 적지 않은 소득이다.
한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25일 검찰과 법원을 겨눈 비난과 함께 "민주주의가 약해지지 않도록, 대통령께서 외롭지 않도록 뭔가 할 일을 찾아야겠다"고 언급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잠재적 주자로 분류되는 그가 제도권 정치에 복귀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활동 공간을 찾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