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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섬을 가다 15 - 장봉도 일대 새우잡이와 곳배 이야기(1)

장봉도 문화산업 1호를 염원하며

 새우잡이, 새우젓. 작은 어류지만 우리 밥상에 올라 입맛을 돋우던 전통 염장식품이다. 새우젓에 쓰이는 새우는 ‘젓새우’로 십각목 젓새우과의 갑각류이며 얕은 바다의 뻘에 서식한다.

 

30~40년 전, 한번 새우잡이에 나가면 언제 돌아올지 모르던 멍텅구리 ‘새우잡이배’, 그래서 한때는 인신매매의 오명도 있었는데 그것은 조업의 ‘힘듦’ 그리고 수 개월 육지와 ‘단절’의 상징이었고, 일종의 극한직업인 셈이었다. 극한직업이 이뤄지는 바다 위 현장, 무동력선 멍텅구리배 ‘곳배’가 그것이다. 그리고 곳배의 고장 장봉도... 장봉도를 중심으로 한 새우잡이와 곳배에 대해 알아본다.

현재 이들의 흔적은 과거의 유산으로 희미하게 남아있을 뿐이다. 장봉도에는 2015년 옹진군이 축소 제작한 모형선박이 건어장 해변에 전시돼 있다. 곳배를 탔던 새우잡이 일상은 어땠을까? 장봉도를 중심으로 북으로는 강화도 및 주변 도서, 서로는 덕적도, 문갑도에 이르기까지 20세기 후반 경기만의 주된 어업활동이었던 새우잡이 모습을 현재의 활동을 통해 알아본다.

 

▶ 체크 Point 1. 현대 새우잡이 어부의 하루

 

새우잡이 어부들의 하루를 구성해 본다.

 

새벽부터 밤까지 기나긴 하루를 배 위에서 보내는 어부들, 물때에 맞춰 밀물·썰물의 물살을 따라 이동하는 새우를 잡는 작업이기에 간조, 만조의 물때에 맞춰 6시간 간격으로 하루 4회 작업한다.

 

그물 올리는데 대략 2~3시간, 그리고 쉼 없이 이물질과 잡어를 걸러 흰색의 새우만을 선별(작업)하고 새우와 소금을 적절히 배합해 드럼통에 담는 작업이 2시간 정도 이어진다. 그리고 마지막 갑판 위를 정리하고 1~2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면 다시 물때가 바뀌어 이미 쳐 놓은 그물을 끌어올리는 작업이 반복적으로 진행되는데, 모두 선상에서 이뤄진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새우잡이는 닻자망으로 4각형의 쇠파이프 틀에 10여 개의 그물이 이어져 있으며, 자망 그물을 수직으로 세워 수산동물이 꽂히거나 걸리도록 해 잡는 어업으로 연안자망어업이라고도 한다.

 

물속에 서 있는 그물의 아랫부분을 들어 올리면 수직상태의 그물이 수평상태를 유지하며 밧줄에 의해 갑판으로 이동된다. 2~3시간의 작업과정을 보자. 그물을 올리는 시간 결정은 선장이 하지만 그물이 올라오면서 일련의 작업과정은 연장자인 영자에 의해 지시된다.

 

각각의 선원은 자기 역할을 빈틈없이 기계적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낸다.(선원을 부르는 명칭이 별도로 있으며 선상은 항상 위험하고 긴장된 상태이기 때문에 선원 상호간에도 규율이 엄격하다) 먼저 그물을 배위로 올린 후 그물 안의 다양한 어류를 모아 피박스에 털어 넣는다. 이어 또 다른 그물이 연이어 올라오는데, 이 같은 활동이 쉴 틈 없이 2~3시간 반복되는 것이다.

 

다음 작업은 피박스에 모아진 다양한 어류 가운데 젓새우를 골라내는 것이다. 큰 물통에 물을 채워 피박스를 넣고 흔들면 피박스가 광주리(소쿠리) 역할을 하게 되면서 큰 어류와 작은 젓새우가 분리된다.

 

과거에는 분류 작업을 젓가락으로 했다고 하니 끔찍하다. 선별된 젓새우는 곧바로 소금과 7:3 정도로 배합한 후 갑판 밑 짐칸에 있는 독이나 드럼통에 넣기 위해 뚜껑(일명 후다)을 열고 넣는다.

 

이때 배합 도구는 갈퀴처럼 생긴 당그레를 사용한다. 최근에는 저염식 섭취가 증가하면서 소금의 양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문갑도의 경우 한창 융성했던 1950~60년대에는 새우젓을 담기 위해 섬 안에서 독을 직접 생산했다. 한월리 해변가와 문갑도 성당 인근에 독공장(가마터)이 있었으며, 독 파편들이 현재도 많이 흩어져 있다. 마지막으로 염장된 새우가 가득 찬 드럼통은 경매일에 맞춰 별도의 운반선으로 옮겨 싣고 육지로 반출돼 판매된다.

 

▶ 체크 Point 2. 6명 한 팀, 그리고 오젓, 육젓, 그리고 추젓

 

뱃일은 보통 선원 6명으로 구성되는데, 뱃사공(선장)과 식사담당인 도무(하)장을 제외하고 실제 일을 하는 사람은 4명이다. 마치 공장의 숙련공처럼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자신이 실수하면 다른 사람이 힘들기 때문에 실수가 허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선장은 숙련된 선원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선입금 등 노력을 기울이거나 외부로부터 인력을 충원한다. 식사 준비는 도무(하)장이 맡는데, 대체로 나이가 가장 어린 사람이 담당하며 과거에는 장작과 화로를 이용했지만 현재는 가스를 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어로활동에 손이 필요할 때는 돕기도 한다.

 

현재는 8월 금어기를 제외하면 연중 조업이 가능하지만 2000년 이전 곳배의 새우잡이는 보통 겨울 지나 3월이면 한 달 간의 준비를 하고 4월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음력 4~5월에 잡아 담근 새우젓은 ‘오젓’, 음력 유월의 새우젓은 ‘육젓’, 그리고 금어기를 건너 가을에 잡은 새우젓을 ‘가을 추(秋)’자를 써서 ‘추젓’이라 하며 김장철에 많이 사용한다.

 

그 중 산란기 이전인 음력 6월에 잡는 새우가 크고 통통해 맛도 좋고 껍질도 얇아 가격이 가장 비싸다. 다음은 오젓, 추젓의 순이며 새우젓은 생산지 수협을 통해 입찰 판매된다.

 

새우젓 이외 다른 식용 방법으로 각 가정의 가마솥에 찌거나 건조장 혹은 젓그물에 새우를 말려 건새우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다. 또는 볏짚으로 엮은 ‘까래’에 하루정도 따가운 햇볕에 말리면 되는데, 그 가장 유명했던 장소가 장봉도 건어장이었던 것이다.

 

새우잡이... 반복적인 일들이 매일 이뤄져 바다 위 생활은 고독하고 힘들지만 이들은 거친 파도처럼 밀려오는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고 희망을 끌어 올린다. 끝없는 바다 앞에서 막막할 때도 많지만 만선의 끈을 놓지 않고 조업을 이어간다. 신축년 새해에는 한 때 명성을 떨쳤던 새우잡이와 곳배가 장봉도의 문화산업 1호가 되길 기대한다./ 김석훈 문학박사·인천섬유산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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