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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와 개선 사이 ‘뜨거운 감자’ 공매도

공매도 금지 연장 여론...‘폐지’ 靑 청원 17만
4.7 재보궐 앞둔 정치권 고심...연장 검토 솔솔
박용진 “제도 개선부터 먼저, 그 후 제기해야”
개미 보호 ‘홍콩식 공매도’, 外 자금이탈 우려도

 

다음달 15일 종료 예정인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가 정치권의 지적과 개인 투자자층의 반발로 난감한 모양새다. 한편 현행 공매도 제도를 재정비해 개인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에 홍콩식 공매도 모델이 거론되고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매도 금지 조치를 3개월 또는 6개월 연장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금융위원회로부터 구체적인 공매도 제도 개선 계획안을 제출받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대형주를 중심으로 공매도를 단계적으로 재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판 후,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이를 싼 가격에 사 갚는 투자 방식이다. 사실상 주가가 하락하는 게 이익인 투자 방식이 공매도다. 이 때문에 외국인과 기관은 유리하고 ‘개미’로 불리는 소액, 개인투자자들은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 비판이 많았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폭락하자 금융시장의 패닉사태를 막고자 공매도 거래 금지 조치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연장해 6개월 더 이어온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해제하려하자, ‘동학개미’로 불리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거센 반발로 공매도 금지는 6개월 더 연장했다. 22일 기준 공매도 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숫자는 17만121명에 달한다.

 

여기에 이달 초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를 뒤엎고 개미투자자들의 대규모 매수로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하는 '동학개미운동'의 저력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4.7 보궐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공매도 금지 연장을 넘어,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나온 ‘공매도 폐지’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관련 여론이 표심까지 미친다는 계산 때문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0일 YTN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에 출연해 “지금까지 하던 방식으로 공매도를 운용하는 건 곤란하다. 외국인, 기관이 룰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상대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이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그에 대한 치유가 우선돼야한다”고 말했다.

 

반면 현 공매도 제도를 먼저 개선한 후 이를 제기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오전 YTN 라디오 프로그램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개선하고 나서 제도를 제기하는 게 맞다”며 “불법 공매도를 차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구축과정에 들어갔다는 신뢰를 투자자들에 충분히 줘야한다”고 지적했다.

 

공매도 재개에 대한 금융당국의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의미의 발언도 나온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 21일 온라인 신년간담회에서 “시장의 거품을 방지하는 등 공매도의 순기능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시장 참여자별로 공매도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는 시각이 너무나 다르다. 시장 참여자간 입장차를 줄여야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답하기 난감해하는 처지다. 지난 18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업무계획 발표에서 “정부가 공매도 재개를 확정했다거나 공매도 재개 금지를 했다는 단정적인 보도는 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한다”며 “최종결정이 나올 때까진 기다려달라”고 말하는 등, 명확한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현행 공매도 제도를 보완하는 모델로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가 거론된다. 홍콩식 공매도는 시가총액 30억 홍콩달러(한화 4269억원) 이상의 대형주 위주로만 공매도를 허용하고 공매도로 인한 주가 변동성이 크거나 시세조종 가능성이 높은 종목은 제외하는 제도다.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는 시가총액이 작은 규모의 회사를 보호한다는 점에서 개인투자자에 대한 안전이 보장된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한국의 현 공매도 규제 상황에서 전보다 더 무거운 규제가 더해지면 자칫 외국인 투자를 이탈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경기신문 = 현지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