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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프로 사수 노린 TV조선-MBN 소송전, 방송가 풍토 바꿀까

"관행 돼버린 포맷 도용…지속적인 문제 제기로 개선해야"

최근 TV조선과 MBN 간 트로트 예능 표절을 둘러싼 소송전으로 오랜 세월 만연한 포맷 도용 관

행이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을 TV조선의 치밀한 계산이 밑바탕 된 하나의 전략이라고 보면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방송가 풍토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치밀한 계산 소송 제기…어느 방송사도 자유로울 수 없어"

 

TV조선의 MBN을 향한 '선공'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닌 치밀한 계산에 따른 소송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TV조선은 지난 18일 MBN의 '보이스트롯'·'보이스퀸'과 '트롯파이터'가 각각 자사의 '미스트롯'·'미스터트롯' 시리즈와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의 포맷을 표절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TV조선은 "이 소송은 단순한 시청률 경쟁을 위한 원조 전쟁이 아니라, 방송가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던 경계심 없는 마구잡이 포맷 베끼기에 경종을 울리기 위함"이라는 명목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그 아래에는 다른 계산이 깔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들이 TV조선의 위상을 드높인 계기가 됐기 때문에 자신들이 원조임을 강조하고 싶은 욕망이 있을 것"이라며 "또 최근 트로트에 대한 피로감이 극심해진 이유가 본인들이 아닌 타 방송사의 책임이라는 메시지를 담아낸 듯하다"고 말했다.

 

전세준 법무법인 제하 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간판 프로그램을 지키기 위한 TV조선의 전략"이라면서 "손해배상액이 크지 않더라도 이러한 행위가 권리 침해라는 선례를 남김으로써 추후 방송금지가처분 등을 신청할 때 유리한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방송사들이 일본 등 해외 프로그램을 그대로 가져왔던 것에서부터 시작된 포맷 도용은 이미 하나의 관행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인 만큼 TV조선을 포함해 모든 방송사가 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MBN은 TV조선의 '자연애(愛) 산다'가 자사 간판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를 베낀 것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 "무분별한 베끼기는 근절돼야…지속적 문제 제기 필요"

 

양 방송사의 소송전이 어떤 이유에서 시작됐든 간에 방송가에서 빈번하게 이뤄졌던 포맷 도용은 사라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완전히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타인의 창작물을 도용하는 행위는 당연히 근절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윤선희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국의 한국 방송 프로그램 표절이 한창 논란이 됐는데 우리가 저작권을 보호하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를 상대로 어떻게 '베끼지 말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어떤 소재나 장르가 인기를 얻으면 비슷한 프로그램이 계속해서 생산되면서 트렌드의 쏠림 현상이 만들어진다"면서 "이로 인해 다른 소재의 프로그램들은 그만큼 설 자리를 잃어버릴뿐더러 시청자들의 권리도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분별한 베끼기' 관행을 없애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이런 프로그램이 설 수 없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원칙적으로 포맷 자체의 유사성은 표절로 판단되지 않는다. 대신 프로그램의 자막 처리나 영상 구성 등 표현 방식이 표절 시비를 가리는 기준으로 작동한다.

 

윤선희 교수는 "법원에서 프로그램의 실질적 유사성을 좀 더 넓게 판단한 선례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포맷 도용 관행을 근절할 방안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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