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창립 이후 처음으로 민선 회장을 선출한 경기도체육회가 사상 초유 유례없는 경기도의 운영비 대폭 삭감에 이어 경기도의 특별감사, 경기도의회 행정사무조, 사업비 대폭 삭감 등이 '껍데기만 남은 신세'로 전락하고있다.
1950년 6월 10일 창립된 경기도체육회는 전국체육대회와 전국동계체육대회 종합우승 17연패, 전국생활체육대축전 19년 연속 최다종목우승 등 대한민국 체육사의 길이 남을 대업은 물론 역사의 산 증인으로, 대한민국 체육의 미래를 열어가는 ‘대한민국 스포츠 넘버 1’의 명예를 유지해 오고 있다.
지난해 1월 민선1기 체육회장 시대를 맞으며 도체육회는 도내 체육인들로부터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었다. 그런데 그동안 암암리에 회자되던 방만한 예산 운영, 편법 예산 사용, 부적절한 공유재산 관리 등 온갖 비리와 편법이 수면위로 드러난 것.
경기도의회는 이에 지난해 12월 15일 확정된 2021년도 새해 예산에서 직원 인건비가 포함된 사무처 운영예산 59억4000여만원 가운데 3분의 2인 40억여원을 삭감했다. 해당 상임위인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예산의 절반인 29억7000여만원을 삭감했는데,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이에 10억7000만원을 추가 삭감한 것이다.
불똥은 도체육회 직원들에게 떨어졌다. 당장 다음 달부터 기본급과 정근수당가족수당·정근수당가산금 등 일부를 제외한 수당 대부분이 삭감된 것이다.
여기에 도체육회가 경기도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해 온 도체육시설 및 직장운동경기부 육성의 위·수탁 사업을 비롯해 전국체전 참가와 경기스포츠 클럽, 스포츠 뉴딜사업, 우수선수·지도자육성, 경기도체육대회, 종목단체 운영비 지원 등 8개 주요사업 예산 299억원도 도가 직접 운영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7월 말부터 2개월간 진행된 경기도 특별감사 결과, 도 체육회는 22건의 지적사항에 대한 처분요구로 중징계(파면·수사 의뢰 등) 5명과 경징계 대상자 5명, 주의조치 83명(건별 중복 징계 포함) 등 사실상 대부분 직원이 주의 이상의 징계 대상자에 올랐다.
이어 지난해 경기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 이어 행정사무조사까지 실태 전반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조사 범위는 ▲초대 도체육회장 선거 및 사무처장 공모 과정 ▲예산 집행 실태 ▲공유재산 사용·임대 상황 등 체육회 운영과정 전반이다.
세부 조사 범위를 살펴보면 ▲변호사 선임 위증, 업무보고시 일반인 배석 위증 고발 ▲공용차량 부적정 사용 부분 ▲탁자 구입 등 행동강령 위반 및 물품구매 업무처리 부적정 여부 ▲사무처장 부정한 공고채용 여부 ▲위수탁 업무 위박 ▲대외협력비 부정적 사용 ▲체육회 직원들 간 불협화음 등이다.
도체육회 직원들은 현재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예산 삭감에 무더기 징계 요구, 주요 사업의 관리 전환에 행정사무조사까지 체육회 존립기반이 흔들림은 물론, 자신들 삶의 터전이 크게 위축돼 혼돈에 빠졌다. 경기도 체육계 위상 저하, 노동자 권리 훼손 등의 논란도 발생하고 있는데다, 도의회와 도체육회 양기관이 서로의 입장만 내세우면서 ‘갑론을박’을 펼쳐지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최만식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직원들이 겪게 되는 고통은 안타깝지만, 민선으로 전환된 도체육회가 청렴하고 깨끗하고 공정한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절차다”며 “‘원론적’ 이야기는 필요 없다. 문제점으로 지적된 내용이 개선되지 않으면 같은 잘못을 반복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강병국 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잘못된 부분을 분명히 알고 있으며 변명할 수 도 없다. 공공기관으로서 달라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문제점을 개선할 것을 약속한다”며 “의원들이 지적한 내용을 수렴해 체육회가 과거부터 저지른 그릇된 관행과 잘못, 편법과 방만한 예산 운영 등을 ‘경영혁신’을 통해 변화된 모습으로 거듭날 것이다. 시간적, 행정적 여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시체육회 한 관계자는 “도는 체육회가 본연의 사업이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행·재정적 지원을 하는 기관인데 직접 체육관련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체육회의 존재의미를 없애는 행동이다. 같은 지방체육회의 입장에서 볼 때 위축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체육회가 엘리트 체육육성은 물론 시·도민의 건강을 위해 여러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도가 직접 수행한다는 것은 존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는 우려를 표했다.
[ 경기신문 = 박건·김도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