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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뜨자 협상 진전…'과도한 일산대교 통행료' 개선 논의 본격화

한강 교량 27곳 중 유일하게 통행료 징수…'1㎞당 660원' 국내 민자도로 중 가장 비싸
일산대교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공단…1600억 투자하고 연간 이자수익으로 165억 챙겨
국민연금, 주민·정치권 반발에도 '묵묵부답'…이재명 경지사 현장 찾자 협상테이블로 '빈축’
이재명 "일산대교 통행료는 불공정, 협약 해지도 검토…낮은 이자 재협상은 법률상 권한"

 

한강 다리 27개 중 유일하게 통행료를 징수해 논란이 되고 있는 일산대교에 대한 통행료 개선 논의가 본격화 되고 있다.

 

민간투자사업으로 건설된 일산대교는 개통 전부터 다른 민자도로 등에 비해 통행료가 비싸다는 이유로 고양·김포·파주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민자사업자는 일산대교를 개통 1년6개월 뒤 국민연금공단에 매각했다. 공단은 인수 7개월이 지나자 통행료 10%를 인상했고, 2년8개월 뒤 또 다시 통행료를 인상했다.

 

주민들의 반발은 높아져만 갔다. 지역 정치권과 자치단체가 나서 통행료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국민연금공단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지역 정치권이 전주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본사를 찾아갔지만 공단은 만남 자체도 꺼렸다. 논란이 거듭되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직접 나섰다.

 

이 지사는 지난 15일 일산대교에서 현장간담회를 진행했다. 차기 유력 대권 주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 지사가 직접 현장을 찾자 국민연금공단은 마지못해 테이블에 앉았다. 

 

이 지사는 일산대교 통행료의 불공정을 지적하며 "일부 주민들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공단 측은 "공단의 수익성 증대 원칙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구성 방안이 제시된다면 경기도와 협력할 예정"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러나 공단은 일산대교 통행료는 실시협약에 따라 경기도가 결정한 것이고, 과도한 이익은 발생하지 않는다며 실시협약 변경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 돈 받는 유일한 한강 다리…요금은 일반 고속도로 대비 10배 이상 비싸

 

2008년 5월 고양시 법곳동과 김포시 걸포동을 연결하는 총 길이 1.84㎞, 왕복 4~6차선 규모의 일산대교가 개통됐다.

 

당초 정부가 건설비를 부담하는 국가지원지방도로로 계획됐는데 1998년 외환위기 사태(IMF)로 국가 재정이 나빠지자 사업이 보류, 경기도가 민자사업으로 전환해 추진했다.

 

일산대교의 총 공사비는 1784억원. 이 가운데 1480억원을 민간기업이 부담하고 2038년까지 30년간 최소 운영수입 보장(MRG)을 받는다.

 

민간기업이 예상한 수익에 미치지 못하면 경기도가 손실분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개통 당시 일산대교 하루 실제 통행량은 2만7천여대, 실시협약 추정 교통량 4만2천여대와 큰 차이를 보였다.

 

해를 거듭할수록 일산대교의 실제 교통량과 추정 교통량의 차이는 더욱 벌어졌고, 지금까지 경기도는 일산대교 측에 수백억원의 손실금을 지급했다.

 

일산대교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이다. 2009년 11월 민간 건설사 5곳은 일산대교 지분 1045만주를 자금재조달을 통해 공단으로부터 1254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이후 국민연금공단은 적자를 이유로 통행료를 2번 인상했다. 2010년 7월과 2013년 5월 각각 차종 별로 100~200원씩 요금이 올랐다. 

 

3년에 걸쳐 20% 가까이 통행료를 올린 셈이다. 현재 일산대교의 통행료는 경차 600원, 소형(1종) 1200원, 중형(2·3종) 1800원, 대형(4·5종) 2400원 등이다.

 

일산대교의 길이가 1.84㎞인 것을 감안하면 소형 기준 1㎞당 660원을 받는 셈이다. 이는 수도권 제1순환도로 109원,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189원 등에 비해 3~5배 비싸다.

 

특히 1㎞당 49원인 일반 고속도로와 비교하면 일산대교 통행료는 10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이로 인해 주민들은 사업자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등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 '비싼 통행료' 개통 이전부터 주민 반발…국민연금공단은 이자수익 '짭짤'

 

개통한지 13년이 지난 일산대교 통행료 문제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2008년 5월 개통 이전부터 고양·김포·파주 주민들은 다른 민자도로에 비해 통행료가 비싸다며 반발했다.

 

이들 지역 주민들은 출퇴근을 위해 한달에 통행료로 5~6만원을 지출하면 부담이 너무 크다며 통행료 조정을 요구해 왔다.

 

일산대교를 이용하지 않으려면 약 8㎞ 멀리 떨어진 김포대교를 이용해야 한다. 시간도 20분가량 더 걸린다. 출퇴근 시간에 차량정체까지 발생하면 시간은 더 늘어난다.

 

때문에 주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싼 통행료를 지불하고 일산대교를 이용한다.

 

주민 고모(58)씨는 "한강 다리 중 돈을 내고 다니는 다리가 없는데 하루 출퇴근에 2400원을 지불한다"며 "경기 서북지역 주민만 봉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불만을 쏟아 냈다.

 

다른 주민 최모(43)씨는 "1분 남짓 다리를 이용하는데 정부가 비싼 요금을 받도록 하는 것은 지역 차별"이라며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 통행료 폐지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통행료 부과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를 위해 지역 정치권과 자치단체 등이 나섰다.

 

지난 3일 이재준 고양시장, 정하영 김포시장, 최종환 파주시장 등은 일산대교 영업소에서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통행료 무료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일산대교는 교통 소외지역인 경기 서북부 시민의 교통권 확대를 위해 설치됐지만 높은 통행료 징수로 시민들의 교통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산대교 관리 주체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교량 설치 시 투자한 비용(차입금)에 대해 고금리 이자를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고양시는 공인회계법인을 통해 일산대교의 2019년 재무제표 감사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해당 이자액은 일산대교 통행료 수입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당시 국민연금공단이 계약 내용 상 고금리를 적용, 일산대교 설치 시 대여한 장기차입금에 대한 이자율을 8%, 후순위차입금을 20%로 책정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김포 갑)은 "2019년 국민연금공단은 투자비 1600억원(장기차입금)에 대한 이자수익으로 165억원을 챙긴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실질적 운영사인 국민연금공단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라며 "불합리하고 형평성에도 어긋난 일산대교 문제를 경기도가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대권 지지율 1위, 이재명 직접 나서자…‘복지부동’ 국민연금공단, 마지못해 협상테이블로

 

고양·김포·파주 지역을 대표하는 경기도의원들은 지난 4일과 8일 각각 일산대교와 국민연금공단 본사를 찾아 항의 시위를 벌였다.

 

민경선(고양4), 소영환(고양7), 손희정(파주2), 김경일(파주3) 도의원은 공단 본사가 있는 전주로 내려가 일산대교 무료화 논의에 공단이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국민연금공단이 공공재, 특히 도로나 철도 등에 대해서 투자할 경우에는 과도한 이익확보를 자제하고 공공성을 고려해서 적정 이윤 내에 투자를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 고위 관계자와 면담도 못한 채 입장문 등만 전달하고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처럼 복지부동,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국민연금공단이 이례적으로 협상 테이블로 나왔다. 지역 정치권, 자치단체 등의 항의에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국민연금공단 측은 지난 15일 일산대교에서 진행된 '통행료 개선을 위한 현장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참석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공단이 차기 대권 주자 1위를 달리는 이 지사를 의식해 마지못해 협상 테이블에 나온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이날 이 지사는 “경기도민 입장에서 다리를 지날 때마다 돈을 내는 곳이라 저한테도 원망이 많다”며 “경기서북부 주민들도 똑같이 세금을 내는데 왜 우리만 돈을 내냐는 비난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연금이 투자사업을 통해 연금의 내실화와 건전화를 유지하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일부 주민들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경기도의 입장은 (일산대교를) 인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며 “도민들이 유일하게 통행료를 내는 것은 너무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것이라 시정할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기도는 법률적 절차를 밟고 있다”며 “협의가 잘 안된다면 절차에 따라 (실시협약을) 해지하는 절차도 검토하고 있다”고 공단을 압박했다.

 

이에 국민연금공단 김지연 인프라투자실장은 “일산대교는 민간자금으로 건설된 이후 운영권이 보장된 시설”이라며 “공단은 실시협약에 따라 정해진 수익률을 회수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자금으로 수익성 증대 원칙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구성 방안이 제시된다면 경기도와 협력할 예정”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공단 측의 답변에 이 지사는 “경기도는 낮은 이자로 자금 재조달 협상을 할 것”이라며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법률상 권한이고 그렇게 하겠다”라며 일산대교 요금 조정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 국민연금공단 측은 일산대교 통행료는 실시협약에 따라 경기도가 결정한 것이고, 후순위 대출은 민간투자계획에 근거해 주주가 배당에 갈음해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통행료는 투자비와 교통량에 의해 경정되는 만큼 후순위 차입금 이자율과 관련이 없다며 공단은 경기도와 체결된 실시협약이 차질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협의하겠다며 협약 변경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 경기신문 = 천용남·고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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