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전면전 불사' 발언으로 촉발된 `국가 정체성' 논란이 여야의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달으면서하한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28일 박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정수장학회 문제와 관련해 진상조사단을 구성했고,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야당지도자 흠집내기'라고 비판하면서 적극적인 대응을 모색하고 나섰다.
◇열린우리당 = 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정수장학회를 문제삼은 지 하루 만에 진상조사단을 가동했다. 특히 시민단체와의 합동조사를 실시하고, 조사단에 조성래 위원장 등 당내 소수인 영남 출신 의원을 전면 배치했다.
박 대표와 정수장학회에 대한 진상규명 노력을 둘러싸고 일각에서 공정성 및 지역주의 시비를 제기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읽혀진다.
우리당은 일단 5.16 군사쿠데타 직후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의 이사장이 바뀌는 과정에서 군사정권의 폭력 행위 등 불법이 자행됐는 지에 조사의 초점을 맞추는 한편 박 대표 개인에 대해서도 질의서를 발송, 당시 인지 여부를 물을 방침이다.
지도부의 강경 대응 방침과 맞물려 박 대표에 대한 당내 비판의 강도도 거세지고 있다.
MBC 기자 출신인 노웅래 의원은 MBC의 주식 30%를 보유하고 있는 정수장학회 설립과정과 관련,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매매계약서나 소유권 이전등기 등 아무것도 받지 않은 것으로 돼있다"고 말하고 "부친의 불법 취득 사실을 알고도 `나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주장했다.
전병헌 유승희 의원 등 70년대 후반 대학생활을 한 `긴급조치세대' 모임인 `아침이슬' 소속 초선의원 11명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 대표의 `정체성'을 문제삼는 등 비판에 가세했다.
유기홍 의원은 "민주화 경력이나 특정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것도 아닌 박 대표가 제1야당 대표까지 된 것은 `유신의 맹주'인 아버지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당은 특히 한나라당 일각에서 박 대표의 이사장직 사퇴 등 `용단'을 바라는 목소리가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나라당 = 지도부가 총출동해 국가정체성 문제를 거론하며 논란을 확산시켰다. 당내 일각에선 `저열한 정체성 시비'라는 여론의 비판을 우려하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으나 지도부의 강성기류에 밀려 소수의견에 그쳤다.
이날 새벽 일주일간의 체류일정을 마치고 미국에서 귀국한 김덕룡 원내 대표는 염창동당사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 참석해 가장 먼저 국가정체성 문제를 끄집어냈다.
김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표가 국가정체성 문제를 제기한 것은 국민을 대신해서 한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이 당연히 답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껏 부속실장을 통해 던진 대답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궤변이었다"면서 "국민과 야당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간첩이 군장성을 조사하는 등 대한민국 정체성의 핵심중 하나인 자유민주주의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면서 "상습적인 궤변이나 선동으로 국가원수의 권위를 훼손말고 이제라도 흔들리는 정체성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열린우리당이 박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정수장학회 문제를 부각시킨데 이어이날 `진상조사단'까지 구성하고 나서자 한나라당은 `인민재판식 여론몰이'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대응태세를 강화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