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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후배들이 목표로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금강장사 임태혁

18번 장사 타이틀 획득... "깨고 싶은 기록 세우고 싶다"
최고의 라이벌 “이승호, 문형석, 최정만”…모두 기술 뛰어나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멘탈 관리…좋은 흐름 유지 노력

 

지난 2월 10일부터 15일까지 경남 합천군 합천체육관에서는 2021 설날장사씨름대회가 펼쳐졌고, 대회가 막을 올린지 3일째인 12일 금강급(90kg 이하)의 왕좌를 가리는 경기가 열렸다. 수원시청 집안싸움이었던 금강장사 결정전에서 임태혁이 이승호를 3-1로 물리치며 꽃가마에 앉았다.

 

지난해 설날장사씨름대회 금강장사 결정전에서 이승호에게 패했던 임태혁은 설욕에 성공했다. 임태혁은 포효했고, 이승호는 아쉬움을 삼켰다.

 

대회가 끝난지 2주일, 수원 광교씨름체육관에는 짧은 휴가를 마친 수원시청 씨름단 선수들의 기합소리 등 열정으로 가득찼다. 여러 선수들의 틈에 금강장사에 오른 임태혁도 있었다. 그 역시 왕좌를 지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기자가 만난 임태혁의 첫 느낌은 씨름돌이라 불리는 이유를 알겠다는 것이었다. 실력은 두말할 것 없고, 큰 키와 탄탄한 몸, 호남형의 얼굴까지 많은 팬들을 보유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날대회에서 금강장사에 오른 임태혁은 “씨름대회 중 가장 큰 대회가 설날장사씨름대회인데, 2021년 첫 대회부터 우승하게 돼 기쁘다. 첫 단추를 잘 꿰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씨름은 설날장사씨름대회, 단오장사씨름대회, 추석씨름대회, 천하장사씨름대축제 등 총 4개의 큰 대회가 있다. 임태혁은 지난해 추석씨름대회와 천하장사씨름대축제에서 우승을 한데 이어 올해 설날장사씨름대회까지 점령하며 금강급의 황제로 등극했다.

 

그는 최대의 라이벌로 같은 팀 소속의 이승호, 문형석과 영암군민속씨름단 최정만을 꼽았다. 그 이유로는 “세 선수 모두 기술이 좋다”고 설명했다.

 

임태혁은 설날장사씨름대회 금강장사 결정전에서 라이벌로 꼽은 이승호를 만났다. 그는 “서로 연습경기를 많이 해서 긴장은 안 됐다. 선의의 경쟁을 하는 사이라 누가 이기든 축하해 줄 수 있는 관계다. 서로 발전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결승에 많이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이 뛰어나다는 의미이다. 실력을 키우기 위해선 많은 훈련이 수반됨에 따라 그에게 훈련 노하우에 대해 물어봤다. 그러자 그는 “따로 훈련하는 것은 없다”며 “단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멘탈적인 부분을 많이 관리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좋은 흐름을 계속 이어가기 위한 노력 중 하나다”라며 이미지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임태혁의 이미지 트레이닝은 그의 전매특허 기술인 등샅바 밭다리를 만들었다.

 

 

임태혁은 “실제 경기 중 등샅바 밭다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원래 그런 상황이 나오면 안 되지만, 불리한 상황에서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자주 사용하게 된 것 같다”고 부연했다.

 

등샅바 밭다리는 밭다리걸기를 시도한 후 팔을 넘겨 상대 등 쪽에 있는 샅바를 잡아 엎어치기로 넘기는 기술로, 밭다리와 등채기를 합친 변칙 기술이다.

 

임태혁은 경기 시작 전 주먹에 입바람을 불어넣는다. 승리를 위한 의식인지 습관인지 물어보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경기 전 손에 바람을 불어넣는 이유는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하면 마음이 안정돼 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고 답했다.

 

금강장사 임태혁은 상금을 어떻게 사용할지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아직 상금은 사용하지 않았다.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고, 팀 회식에도 쓸 예정이다. 우리 팀 모두 고생한 만큼 다같이 회식을 하고 싶다”고 했다.

 

벌써 18번 금강장사에 오른 임태혁이지만 여전히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그는 “나중에 후배들이 '저 기록을 깨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기록을 세우고 싶다. 그래서 30번 정도는 하고 싶다”며 웃음을 보였다.

 

 

과거 씨름에선 풍채가 큰 선수들이 많았지만, 현재는 마르고 몸이 좋은 선수들이 많아져 보다 빠르고 공격적인 씨름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런 변화는 씨름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면서 많은 팬들의 유입을 가져왔다. 씨름돌이라 불리는 임태혁 역시 많은 팬층을 보유한 선수다.

 

임태혁은 “팬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많이 보고 싶어 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경기장에 오지 못하고 있다. 나를 포함한 선수들 역시 팬들을 많이 보고 싶어 한다”며 “팬들이 경기장에 오는 것과 오지 않는 것에 선수들 역시 큰 차이를 느낀다. 코로나가 빨리 종식돼 시합장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국의 전통 스포츠인 씨름은 과거 찬란한 전성기를 누렸고, 현재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많은 변화를 꾀하고 있다. 국민들의 관심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지금이 씨름의 황금기를 위한 적기임에 틀림없다고 생각된다. 금강급의 황제 임태혁이야말로 그 황금기를 이끌어 나갈 중추로 주목할 만하지 않을까 싶다.

 

[ 경기신문 = 김도균 수습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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