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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영금의 시선] 함경도 식혜(食醯)

 

 

식해(食醢)와 식혜(食醯)는 같은 것인가?

사전을 뒤져보니 식해의 醢(육장해)는 숙성시킨 음식으로 젓갈 또는 肉醬이라고 되어 있다. 식혜는 식초(食醋)라는 의미도 있고 술이나 알콜 성분이 들어있는 것으로 전통음료로 분류된다. 즉 남쪽에서는 식해와 식혜를 구분하고 있다. 북쪽에서는 구분하지 않고 통칭 식혜(Sikhye)라고 한다. 북에서의 식혜는 생선을 기본 재료로 발효시킨 것이다. 음료인 식혜는 흰쌀밥 또는 찹쌀밥을 길금에 우려낸 물에 넣고 삭혀낸 것이다. 초(醋)로 발효되고 삭혀지는 화학적 과정은 같으나 식해와 식혜는 다른 것이다. 조선중기의 기록에도 생선을 절인 젓갈을 혜(醯)라고 했으니 식혜는 명태식혜, 가재미식혜 등이다. 식해와 식혜가 다른 것은 食醯(식혜)는 북쪽 지역인 함경도 특산으로 동해안에서 많이 잡히는 명태나 가재미 등을 식재료로 사용하면서 식혜라는 언어로 자리 잡았을 것이고 그에 비해 남쪽은 쌀이 많이 생산되니 음료인 식혜로 구분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함경도 특산인 가자미식혜는 실향민들과 그 후손들이 기억하고 있는 고향음식이다. 강원도 속초에 함경도 사람들이 살고 있는 아바이 마을이 있다. 잠시 머물다 돌아갈거라 생각했던 그들은 고향에 가지 못하고 그곳에 뿌리를 내렸다. 지금 그곳에 실향민은 점점 사라지고 남쪽 토박이들이 더 많다고 한다. 함경도에서 온 실향민들은 명태김치, 가자미식혜, 명태순대 등 고향의 맛을 향수처럼 간직하고 있다. 실향민의 고향음식은 전쟁과 분단을 기억하게하고 그럼에도 언젠가는 휴전선이 사라지면 돌아갈 희망을 가지게 한다. 얼마 전 함흥 역 근처에 사시다가 전쟁으로 남으로 왔다는 실향민 2세를 만났었다. 그는 나보다 더 맛깔스럽게 가자미식혜의 맛에 대해 설명해 놀랐던 적이 있다.

 

한때 나도 이북인 고향에서 명태식혜, 도루메기식혜, 명란젓, 창란젓을 싫도록 먹던 때가 있었다. 정어리는 기름이 많아서 잘못 먹으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그래서 꼭 미나리를 넣는다. 도루메기(은어)알은 입에 넣으면 톡톡 튀었고 명란은 통통한 알집에 가득하여 양념에 재우면 다음날 먹을 수 있었다. 식혜는 거친 잡곡밥에 밥도둑이었다. 새콤하면서도 달콤한 명태식혜를 생각하면 가족이 그립고 북에 있는 형제들이 눈앞에서 얼른 거린다. 1990년대부터 바다도 가난해져 그렇게 많던 것들이 사라지고 고향을 떠날 때 생선은 금값이 되었다.

 

실향민들은 가재미식혜를 고향 음식으로 보존하고 전승하고 있다. 억척같이 살아가면서 한잔 술에 떠나온 고향의 노래를 불렀을 그들은 정작 눈앞에 보이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나도 가끔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불귀가 되지 않을 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가난이외의 모든 기억이 삭제되었던 것에서 시간여행을 해보기도 한다. 맛이 기억하는 즐거움을 생각해 보면 가난과 부는 평행에 있다. 지금 북에서는 동해바다에서 사라진 물고기를 늘리려고 치어를 방류한다고 한다. 자연산이 양식으로 변하는데 함경도 식혜는 고향의 맛 그대로 향수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