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30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제기한 `국가 정체성' 논란에 대해 정면으로 대응하고 나서 경색정국의 여야대치가 더욱 심화될 조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비전향 장기수에 대한 민주화운동 기여인정 문제 등 의문사위의 활동과 관련해 `우려'를 표명할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을 깨고, 의문사위 활동논란으로 촉발된 한나라당의 `정체성' 시비를 반박하면서 의문사위의 독립적 권한행사를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체성 문제로 인한 정국경색 국면이 상당기간 계속되면서 여야 관계는 대화 부재 속에서 급속 냉각될 전망된다.
노 대통령은 이날 2기 의문사위의 활동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야당의 공세에 대해 "대통령은 정치인이니까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의문사위를 공격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면서 "의문사위의 판단이 정치적으로 왜곡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야당이 제기한 정체성 논란에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음을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전날 목포 방문에서도 "과거 유신시대로 돌아갈 것이냐, 아니면 미래를 선택할 것이냐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고 언급, `정체성' 논란에 대한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열린우리당도 의문사위가 대통령 소속기구라는 이유로 야당이 의문사위의 활동을 정치적으로 왜곡.확대해 이념 논쟁의 도구로 삼는 것은 낡은 정치라며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우리당 김현미 대변인은 "의문사진상규명법은 한나라당이 다수일때 국회를 통과했고, 위원들도 한나라당이 다수당일때 국회 동의를 거쳐 임명됐다"며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부풀려 정치 공방으로 끌고 가는 것은 더운 날씨에 민생에 시달리는 국민을 짜증나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한길 의원은 "도대체 박 대표가 말하는 정체성이 이념적 좌우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민주와 반민주를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면서 "박 대표가 왜 그 문제를 꺼내는지는 주님과 박 대표만 알겠지만, 지금 그런 얘기 할 때냐"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의문사위의 `월권'에 대해 대통령의 사과와 관련자 문책을 요구하고, 국회 상임위 차원의 조사는 물론 청문회나 국정조사 등을 통한 진상조사 추진도 검토하겠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대통령 직속기구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월권행위를 한 데 대해 노 대통령은 책임자로서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고 사과해야 한다"며 "국회 행정자치위, 법사위 등 관련 상임위를 열어 진상을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상황에 따라서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혀 청문회나 국정조사 추진 가능성을 시사한뒤, 3기 의문사위 구성 여부에 대해 "최근 여당에서 얘기가 나오듯 민주화운동과 관련없는 부분까지도 의문사위에서 조사하겠다고 한다면 한나라당은 3기 의문사위 출범에 대해 여러가지 재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여야의 `국가 정체성' 논란과 관련, 국회가 군사독재 시대를 역사적으로 평가하고 관련자에 대한 책임 규명을 추진할 수 있는 실질적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며 `군사독재청산위'의 국회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