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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빈곤과 불평등은 경제구조 문제

기본소득 세계는 지금 ⑦

 

 

세계 시민단체 옥스팜(Oxfam)에 따르면, 영국인 150만 명이 작년 3월 유니버설 크레디트(Universal Credit, 공적원조)를 요청했다. 이는 한 달 전보다 6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유니버설 크레디트는 2013년 캐머런 (David Cameron) 총리가 신설한 영국의 유일한 복지수당으로, 소득에 따라 혜택이 제공된다. 따라서 이 수당을 청구할 자격이 없는 사람도 매우 많다. 사정이 이러하니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푸드 뱅크를 이용하는 영국인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인버클라이드(Inverclyde)주 SNP(Scottish National Party, pro-indépendance) 의원 코완(Ronnie Cowan)은 “지금처럼 심각한 사태를 본 적이 없다며 고통스러워하는 메일을 매일 수 천 통씩 받는다”라며 깊은 한숨을 내지었다.

 

초유의 사태 앞에 영국도 결국 기본소득 시계를 빨리 돌릴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지난해 4월 22일 하원의원 100여명은 파이낸셜 타임스에 기본소득 실시를 위한 공개편지를 냈다. 그들이 추진하는 기본소득은 모든 영국인이 매월, 조건 없이 생필품비(주거비와 식비 등)를 지급받게 하는 것이다.

 

스코틀랜드정부는 영국정부보다 더 적극적이다. 스터전(Nicola Sturgeon) 수상은 에딘버러에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브리핑을 하면서 “기본소득의 순간이 왔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 주제에 대해 영국정부와 “건설적인 토론”을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녀는 기본소득 실행안에 대해서도 골똘히 생각하는 모양새다.

 

스터전 수상은 민간 싱크탱크인 “리폼 스코틀랜드(Reform Scotland)가 영국정부와 스코틀랜드정부에 제안한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 UBI) 안에 관심이 크다. 이 기본소득 안은 모든 시민이 소득이나 신분과 무관하게 예정된 일정액의 돈을 비과세로 받게 한다. 성인은 1년에 5200파운드(약 812만원)를, 16세 미만의 아동은 2600파운드(약 406만원)를 받게 된다. 이는 사람들이 노동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최소한의 생활비를 보장한 것이다. 그러나 큰 걸림돌이 있다. 이 기본소득을 실시하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하다. 스코틀랜드정부는 이 비용을 기존수당을 철폐해 절반을, 증세를 해 절반을 확보할 계획이다.

 

사실, 스코틀랜드는 기본소득을 오랫동안 논의해 왔다. 다만 진일보 하지 못한 것은 스코틀랜드정부 단독으로 이 문제를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 뚤르즈 대학에서 스코틀랜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뒤클로(Nathalie Duclos)의 말을 빌리면, “2016년(브렉시트) 이후 사회안전망, 재정, 소득은 스코틀랜드 행정부에 일부만 귀속되어 있고, 일부는 런던이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행정이 복잡하지만 스코틀랜드 정부는 기본소득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여기에는 큰 이유가 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사회적 정의”를 바라보는 시각이 좀 다르다. “여기서는 빈곤과 불평등이 개인의 탓보다 경제구조의 문제로 본다”라고 트래백(Katherine Trebeck) 씨는 말한다. 호주 출신인 트래백은 10년째 스코틀랜드에 거주하면서 옥스팜 활동가로 활약 중이다.

 

결국, 스코틀랜드의 예는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 하나를 말해 준다. 그것은 기본소득이 실현되려면 모델 개발이나 재원 확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적 정의’를 바라보는 그 나라의 올바른 국민 정서다. 이 점을 간과한 채 기본소득 하드웨어만을 백날 갈고 닦아본들 기본소득의 시간은 여간해서 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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