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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미추홀구, 공유냉장고 나눔 곳간 1호점 문 열어

 

 

 인천시 미추홀구의 정책을 관통하는 핵심 단어 중 하나는 ‘공유경제’다. 소유하는 개념이 아닌 서로 빌려 쓰고 나눠 쓰는 경제활동이란 의미로, 미추홀구는 각종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공유’ 개념 도입을 구정 전반에서 꾸준히 강조해왔다.

 

학교 주차장을 공유하거나, 물품공유센터를 열어 생활공구 등을 함께 쓰는 공유경제를 강조한 정책들이 미추홀구에는 유독 많다.

 

지난 4월20일 첫 문을 연 공유냉장고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출발했다. 집 안에서 가족들만 사용하던 냉장고가 집 바깥으로 나와 여러 사람이 여닫으며 내용물을 가져가거나, 채워 넣으면서 서로 공유한다는 개념이다.

 

물론 이 냉장고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남을 돕기 위해 내가 가진 음식을 나누거나 냉장고 안의 음식물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이다.

 

미추홀구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공유냉장고는 어떤 목적을 갖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을 향해 가게 될지 살펴봤다.

 

 ▲공유냉장고 ‘나눔 곳간’ 문을 열다

 

미추홀구는 4월20일 주안동 주염골경로당 2층 자원봉사단체 ‘짬짬이’ 사무실 앞에서 미추홀구 공유냉장고 1호점 문을 여는 행사를 열었다. 공유냉장고에는 ‘나눔 곳간’이란 별칭을 붙였다.

 

미추홀구 공유냉장고 나눔 곳간 1호점은 개인과 기업체 등에서 학산나눔재단을 통해 기탁한 후원물품을 냉장고 운영을 맡은 짬짬이봉사단이 필요한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으로 시작한다.

 

주민들 손에 의해 냉장고를 채우고 또 가져가는 자율적인 운영이 본래 목적이지만 일단 채움과 나눔 과정을 당분간 행정관청이 개입해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100% 기부로 운영되는 음식 공유 운동이 뿌리내리기 위해선 공급 안정을 위한 참여가 과제인 만큼, 아직은 자율적으로 마음껏 냉장고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것은 아닌 셈이다.

 

구 관계자는 “매월 100여 명을 선정해 1인당 월 3만 원 상당의 냉장고 속 물품을 제공한다”며 “초창기인 만큼 공유냉장고 취지에 공감하고 도움의 손길을 모아주는 분들이 적지 않다는 점부터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창기 공유냉장고에 대한 도움의 손길이 각종 단체에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공유냉장고 개소를 위해 학산나눔재단이 냉장고 설치를 지원했다. 지난해 공공미술 프로젝트 참여단체인 ‘미추인’은 관련 설비 제작에 재능을 기부해줬다.

 

여기에 대한주택건설협회 인천시회와 인천열린정보장애인협회 인천지부, 여의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조합, 롯데건설 및 포스코건설 인천 주안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도 물품을 보내줬다. 모인 물품은 쌀과 라면, 각종 가공식품이나 식재료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김정식 구청장은 “미추홀구 공유냉장고 나눔곳간 사업은 소유에서 공유로 가치를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어 구민들의 자발적인 나눔을 통해 마을공동체를 되살리자는 의도”라며 “동참해주신 개인, 기업, 단체 등에 감사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마음껏 냉장고를 여닫는 그날까지

 

나눔냉장고는 기부와 나눔의 상징이다. 출발 초기인 지금은 구와 짬짬이봉사단이 서로 협력하고 관리하지만 언젠가는 주민자율로 운영돼야 한다. 누군가 기증한 물품을 냉장고에 넣어두면 필요한 사람들은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꺼내갈 수 있는 것이다. 고도의 도덕성과 질서의식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김 구청장은 “미추홀구 구민이라면 분명히 잘 해낼 수 있다”며 “미추홀 공유냉장고 나눔곳간은 쓰면 쓸수록 화수분처럼 채워지는 냉장고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사실 구의 목표는 실제 식재료를 통해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이지만 보다 큰 의도는 ‘소외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에 있다. 누군가 나를 돌보고 있고, 잊지 않고 있으며 함께 나누려 한다는 것은 곧 공동체 의식과도 연결된다.

 

구 관계자는 “음식이나 식재료 공급이 수요와 균형을 맞추는 것이 관건”이라며 “늘 잘 맞지는 않겠지만 나눔과 채움의 마음이 전달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눔냉장고는 계속 된다

 

공유냉장고는 이미 유럽 특히 독일에서 ‘푸드 셰어링’이란 이름으로 활발하게 진행됐다. 우리나라도 전국적으로 나눔냉장고라는 이름으로 이미 수 년전부터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나눔냉장고를 이용했던 사람들이 다시 음식을 넣는 경우가 많다. 전북지역의 한 나눔냉장고에는 택배기사 아내가 “남편이 배고플 때마다 이 냉장고 음식을 먹었다고 한다”며 음식을 놓고 갔고, 어느 초등학생은 삼각김밥 1개만 먹으려고 했는데 2개나 먹었다“며 우유와 참치캔을 넣고 갔다는 사연이 전해지기도 했다.

 

경기도 고양시 나눔냉장고에도 “가난한 것을 티내지 않고 조용히 도움을 받을 수 있어 감사하다”는 쪽지가 붙기도 했다.

 

물론 일부 지역에선 외제차를 타고 나눔냉장고 음식을 싹쓸이하거나, 기부가 끊기며 문을 닫은 일부 나눔냉장고 사례들도 있는 만큼 초기 운영과 관리가 아직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김 구청장은 “그래도 공유냉장고는 당연히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공유냉장고와 같은 자율형 나눔이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 증명해낸 사례가 많다”며 “미추홀구에는 마을공동체 모임들이 활성화된 만큼 향후 공유냉장고가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웃과의 음식 나눔을 통해 음식물 쓰레기 배출까지 줄이면서 환경을 지키게 되는 것은 나눔 활동에 따라오는 덤이다.

 

구는 이번 1호점을 시작으로 매년 지속적으로 공유냉장고를 늘려갈 계획이다.

[ 경기신문 / 인천 = 윤용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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