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선거를 10개월여 앞둔 지금, 초미의 관심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치권에 언제 등장할지이다. 절묘한 시점에 검찰총장직을 중도 사퇴해 ‘별의 순간’을 잡은 윤 전 총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직 여의도 정치판에 본격 뛰어든 것은 아니지만 그의 언행이나 여러 정황으로 봤을 때 출마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윤석열, 언제 등장할까
지난 3월 4일 사퇴 후 두달 가까운 ‘침묵’에도 높은 지지율이 유지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이르면 5월, 늦어도 6~7월엔 대권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다수의 전문가들은 5~7월에는 윤 전 총장이 어떤 형태로든 정치적 행보를 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무언의 정치’가 마냥 길어질 경우 국민들의 피로감을 높이고 의구심을 자아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은 지도자로서의 비전과 정책으로 지지층을 다져야 하는데, 이를 제시하지 않으면 대권가도에 좋을 게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오는 6월쯤 국민의힘 새 지도부 선출로 야권 리더십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윤 전 총장도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윤 전 총장은 야권에서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 일뿐아니라 여권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맞대결에서도 우위를 달리는 상황이다. 제3지대 등이 논의되고 있으나 선거는 조직 및 자금 등이 필요하다 보니 제3지대가 쉽지 않다는 상황에서 현재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국민의힘에 입당해 조직력을 등에 업고 야권 단일 후보로 대선에 출마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
하지만 복당을 추진 중인 무소속 의원 등 대권 경쟁자들을 중심으로 유감을 표명하라는 목소리가 커진다면 윤 전 총장의 성정상 댓글 및 탄핵수사가 전적으로 옳았음을 강조하며 제3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 과거 붙잡고 견제구 날리는 野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으로 입당할 지, 아니면 '제3지대'로 갈 지 장고가 길어지면서 야권 내부에서의 비판도 꿈틀대고 있다. 윤 전 총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일조한 인물이라는 점과 각종 수사 이력을 거론하는 공세도 흘러 나오고 양상이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전 총장이 정권교체의 기대를 높여주는 소중한 우파의 자산이라는 관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진정성 있는 고해성사가 있어야 윤 전 총장도 새로운 힘을 얻고 수많은 우국 인사도 고개를 끄덕일 것"이라고 과거 수사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다. 보수 진영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과거 윤 전 총장이 수사한 사건들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윤 전 총장을 향해 "한때 저에게 국기문란범이라는 누명을 씌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며 "윤 전 총장이 정치 지도자가 되겠다고 결심했다면 사과할 일에 대해 진정성 있게 사과하는 과물탄개(過勿憚改·잘못을 깨닫거든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는 뜻)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의 공개사과 요구는 외견상 윤 전 총장이 지휘한 국정원 댓글사건의 당사자로 지목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은 김 의원이 개인적 구원 차원에서 이 문제를 끄집어낸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보수 야권과의 악연에서 비롯된 화학적 결합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수통’인 윤 전 총장이 국정원 댓글과 국정농단 사건을 맡거나 지휘하면서 정치적으로 보수 진영에 큰 타격을 준 만큼 윤 전 총장에게 반감과 불신을 품은 일부 보수층 반발도 그가 해결해야 할 숙제인 것이다.
게다가 윤 전 총장이 대선 후보로서 무대에 서는 순간부터 몰아칠 온갖 검증을 제대로 통과할 수 있느냐도 문제이다. 논란이 많은 장모와 부인 비리 의혹은 물론 사돈의 8촌까지 주변 모든 인사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이 쓰나미처럼 이어질 것이란 게 정치권 시각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제기되는 윤 전 총장 관련 비판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윤 전 총장이 차기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비롯해 적폐 수사와 관련된 보수층의 해묵은 감정을 풀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정영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