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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제 이름을 불러주세요

 

 

 

 

저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영어로는 May Day. 저는 대한민국에만 있는 기념일은 아닙니다. '하루 8시간만 일하게 해달라'는 지금으로선 당연한 요구를 쟁취하려 했던 1886년 미국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념하는 하루로 전 세계적으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및 지위 향상을 위한 기념일입니다.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정확히 내릴 수 없다. 정치, 사회적으로 양분화가 심각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이렇게 당연한 질문에 대한 답도 정치, 사회적 분쟁으로 결말이 난다. 자본주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담스미스(Adam Smith)는 그의 저서 국부론(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에서 “부의 원천은 노동이며, 부의 증진은 노동생산력의 개선으로 이루어진다.”고 역설했다. 즉, 이념과 체제가 다르다 할지라도 노동(Labor)은 우리가 소중히 생각하는 자본주의의 원동력이며 부의 원천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소중한 노동을 제공하는 우리들은 노동자라고 불리는 것이 당연하고 자랑스러워해야 될 일이며, 이러한 노동자의 노동을 기념하는 날은 노동절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시작은 같았다. 다른 나라와 똑같이 1958년에 노동절이라는 명칭으로 도입됐지만 1963년 박정희 정부가 북한 노동당과 북한 노동절과 같은 명칭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반감 때문에 반공주의가 팽배했던 국내 상황을 고려한다는 이유로 노동절을 ‘근로자의 날’로 명칭을 바꾸었고, 이제는 정치적 쟁점의 반중 감정까지 섞여 중국의 노동절을 따라한다는 이유가 덧붙여져 제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도 정치, 사회적 분쟁의 이슈가 되어버린 것이다.

 

혹자는 지금과 같이 정치적, 사회적으로도 해결해야 하는 것이 많은 시기에 굳이 이름을 가지고 이러한 논란을 만들어야 하겠냐고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사물도 각각의 이름을 가지고 있고 그 이름은 그 사람과 사물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그리하여 이름은 시대의 거울이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염원을 반영한다. 일례로, 우리는 어렸을 적 국사시간에 분명 ‘5·18광주민주화 운동’을 ‘광주사태’로 배운 것을 기억한다. ‘사태’라는 말이 주는 어감 때문이었는지 많은 사람들이 5·18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광주에 대한 반감이 있었으리라. 이를 바로잡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는 5·18과 광주에 대해 어떠한 평가와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까?

 

근로(勤勞)의 사전적 의미는 ‘부지런히 일함’이다. 부지런함은 미덕이기에 결코 잘못되었거나 문제가 있는 단어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부지런히’라는 말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기에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이러한 부지런을 강요하는 주체가 국가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그렇기에 일제 강점기에 일제가 조선인 노동자들을 더 수탈하기 위해 부지런하게 일할 것을 강요하는 취지로 탄생시킨 '근로(勤勞)'라는 신조어는 지금의 시대가치상 일하는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름은 불려지는 쪽에서 원하는 이름을 불러줘야 하는 것이 상식이며, 그게 상대방에 대한 배려인 것이다. 원하지 않는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과연 그 대상에 대한 존중이 있다는 생각이 들까? 노동자들은 국가통제, 경영진의 통제적 의미로 부지런함을 말하는 ‘근로’보다 자발적으로 부지런을 말하는 ‘노동’을 원하고 있다. 노동자들에게 ‘근로(勤勞)’를 강요한다면, 경영자들에게도 ‘근경(勤經)’이라는 단어를 써야하지 않을까? 하지만, 어디를 찾아봐도 ‘근경(勤經)’이라는 말은 없다. 과연 부지런함은 노동자들만의 의무일까?

 

노동절의 이름을 되찾아주고 노동자임을 자랑스러워하자. 나는 내 스스로가 의무감이나 국가통제, 경영진의 통제가 아닌 자발적으로 부지런히 연구하고 가르치는 교수노동자(Professor labor)이고, 나는 그런 교수노동자임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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