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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밝히는 X” 원장 모욕에도 보복 두려워 신고 못한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기댈 곳이 없다] ② 원장 갑질에 두번 우는 보육교사들
10명 중 1명만 관계기관 신고… “갑질 스트레스 보육 질 저하로 이어져”
보건복지부 “처우개선 위한 인력·예산 지원 중”

 

지난해 화성시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근무하다 지난해 10월 말 퇴직한 A 씨는 일하던 당시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대고 식은땀이 흐른다. 어린이집 원장은 코로나19 유행이 심해지기 시작한 지난해 3월부터 7개월 이상 A 씨를 포함한 보육교사 3명에게 수시로 폭언했다.

 

원장은 교사들에게 “코로나19로 원아가 너무 줄어들어 일한 만큼 급여가 나가기 어려우니 돌아가며 쉬어라”라고 강요했다. 이에 불응한 교사들에게 한 밤에 전화 해 “돈만 밝히는 X”, “남편이 돈도 잘 벌면서 돈 욕심도 많다”는 등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원장의 괴롭힘이 심해 보육교사 3명 모두 어린이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어디에도 호소하지 못했다고 A 씨는 말한다. 그는 “지역 어린이집 업계가 좁고 소문이 빨라 원장과 트러블이 생긴 교사라는 말이 나면 다른 데 취업이 어려웠다”라며 “지역에 아는 인물도 많고 자산도 많은 원장이 어떤 보복을 할지 몰라 조용히 퇴사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와 직장갑질119가 조사한 지난해 상반기 보육교사 노동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보육교사 1060명 중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하거나 목격했다는 응답이 70.28%(745명)에 달했다. 10명 중 7명은 직장 내 괴롭힘에 노출된 셈이다.

 

이들에게 그 가해자를 물었더니 78.26가 ‘원장, 이사장 등 어린이집 대표’를 지목했다. 괴롭힘 유형은 매우 다양하게 분포했다. CCTV 감시(42.1%), 공개적인 장소에서 고성, 모욕 발언 등 폭언(33.9%), 초과 근무·반복 업무 등 부당지시(32.3%), 동료, 학부모간 이간질(30.5%) 등 순이었다. 그 외 퇴사 강요, 개인 SNS 검열, 휴대전화 검사 등 사생활 침해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을 당하고 신고로 이어지는 경우는 10.34%(77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668명(89.66%)은 대응조차 하지 못했는데, 그 이유로는 ‘대응 이후 괴롭힘이 더 심해지거나(65.7%), 상황이 개선될 것 같지 않아서(64.5%)’를 복수응답으로 가장 많이 꼽았다.

 

한편 이런 상황은 보육의 질에도 큰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영유아 돌봄의 질에 악영향을 주느냐는 질문에 보육교사 1060명 중 무려 95%(1007명)이 맞다고 답했다. 이 중에서도 ‘매우 그렇다’는 답이 75.85%나 됐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내놨지만 시행 2년째인 현재까지도 큰 도움을 받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해당 법으로 인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교사는 33.8%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3월부터 보육교직원 별 아동비율을 감안해 보조교사를 투입하거나 연장보육반을 편성, 연장보육료를 지급하는 등의 예산, 인력지원을 하고 있다”라며 “담임교사가 연장보육을까지 맡을 경우 근로여건이 악화돼 보육의 질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이를 개선하는 사업 등을 다각도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 경기신문 = 노해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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