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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수의 관규추지(管窺錐指)] 금계국 유감

 

1. 천하일통 금계국

아침저녁으로 걷는 반석천엔 시방 금계국과 개망초 천국이다. 노란 금계국에 하얀 개망초가 제법 근사한데, 볼 때마다 끌탕 치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까닭은 무엇인가. 금계국 때문이다. 북미가 원산지인 이 꽃은 이르면 오월 중순부터 팔월까지 오래도록 노란 꽃을 피운다. 국화과 식물이 대개 그렇듯이 해열 효과가 있고, 부종을 제거하고, 간열을 내리는 데도 쓸 수 있지만, 한약재로 널리 쓰이는 건 아니다. 문제는 이 금계국이 전국을 뒤덮고 있다는 점. 한반도의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견디며 월동해 다음 해에도 꽃을 피우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라서일까, 번식력이 강해서 아무 땅에 심어도 잘 자라기 때문일까, 남도 해안가에서 경기도 천변, 강원도 국도변까지 금계국 천지다.

 

그야말로 야생화 끝판왕으로 전국을 뒤덮고 있는데, 실은 우리나라 식물 생태계에 큰 위협이다. 일본에선 이미 2006년부터 생태계 위협종으로 지정하고 퇴치 중이며, 계명대 생물학과 김종원 교수는 돼지풀보다 더 위험한 종류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처럼 민관에서 아무 곳에나 금계국을 무분별하게 심는 일은 중단해야 한다. 꽃도 화사한 데다 관리할 필요가 없고, 한 번 심기만 하면 잘 자라고 번식력도 대단히 좋아 알아서 제 영역을 넓혀 나간다. 그러니 금계국에 치어 원추리, 붓꽃, 구절초, 쑥부쟁이, 나팔꽃, 채송화, 봉숭아 같은 우리 꽃은 이제 식물원에나 가야 겨우 볼 수 있는 희귀종이 되고 있다. 금계국이 싫은 것도 아니고, 그 강인한 생명력에 경의를 느끼지 못하는 바도 아니다. 다만 삼천리 금수강산이 금계국 하나로 일통되어 다른 꽃을 찾아보기 힘들게 된다면, 그게 과연 제대로 된 생태계일까. 한 가지로 주문해야 빨리 나온다는 말에 짜장면으로 통일할 때, 우동이 먹고 싶은 자는 침묵해야 옳은가.

 

2. 젊은 당대표

국민의 힘 당대표로 이준석 후보가 선출됐다. 그를 두고 안티 페미니즘과 능력주의를 공정으로 윤색하는 보수주의자란 평가도 있지만, 단지 그가 36세란 젊은 나이라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주목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김영삼이 40대 기수론을 내세워 당권에 도전하고, 결국 김대중이 신민당 대권 주자로 뽑힌 게 1970년이니 무려 50년 만에 벌어진 젊은 당대표 선출이다. 물론 내년 대선에 나설 야권 후보를 뽑는 과정을 관리하는 게 고작인 바지사장으로 의미를 격하하는 사람도 있다만, 어쨌든 매우 바람직한 일로 생각한다.

 

정치인 이준석을 높이 평가한다거나, 그로 인해 세대교체나 정권교체가 될 거라는 전망 때문이 아니다. 나는 2030대의 분노가 모여 이준석을 당대표로 빚었다고 생각한다. 그가 2030대의 바람을 정치에 제대로 반영할지, 그래서 새로운 정치를 보여줄지 회의적이다. 그런 능력을 갖춘 정치인이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배를 띄우기도 하고, 그 배를 뒤집어버리기도 하는 게 바로 민중이란 점을 제대로 보여준 사례로 그를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이나 국민의 힘이나 어쩜 그렇게 유권자 무서운 걸 모르는, 노회하고 약아빠졌으며 겁이 없는 정치인들 일색인지, 신물이 난다. 어디나 금계국 천지다. 좀 다르게 피는 꽃도 보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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