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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배의 공동선(共同善)] 총체적 타락---언론의 받아쓰기

 

 

법적 소송에서 사실관계를 가장 소중히 다뤄야 하는 판사가 판결문을 쓰느라고 사건 소송서류를 들여다 볼 시간이 없다고 불평한다면 헛소리로 들릴 것이다.

 

그런데 이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실제로 하는 집단이 있다. 언론인을 자임하는 상당수 언론사 취재기자가 그들이다. 그들의 입에서 기사를 쓰느라 취재를 할 시간이 없다는 푸념이 나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논리의 모순이고 궤변이며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되었다. 기사가 취재의 토대 위에서 작성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기자 초년 시절 수습기간을 거치게 하고 경찰서와 병원, 사건을 찾아 사람들을 만나서 현장감이 있는 기사를 생산하도록 하는 훈련을 받는 것도 충실한 취재와 엄밀한 확인의 과정에서의 긴장감을 놓치지 말라는 의미 아닌가?

 

그런데 요즘 기자들은 현장 취재를 통해서 보다는 사이버 공간, 즉 연예인과 정치인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계정을 검색해 기사거리를 찾아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취재 시간과 노력을 더 들이기보다 주로 저질 황색정보들을 골라 ‘단독’이니 ‘속보’니 하는 요란한 제목을 달아 포털에 올리는 경우가 흔하다. 사람들의 관음증을 자극해 조회수를 늘리려는 이른바 낚시행위가 자주 눈에 띈다. 클릭수를 늘려서 수입을 안겨주는 기자를 유능한 기자로 쳐주는 언론사도 한 두 곳이 아니라고 한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해 검찰이 무차별적으로 범죄사실을 부풀리고(!) 언론이 이를 대대적으로 ‘받아쓰기’(!)를 한 이면을 생각해보면 언론이 진영논리를 떠나 진실보도의 임무가 있음에도 이를 도외시한 채 수익 올리기에만 빠져있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취재기자의 진실보도 노력이 이처럼 부족한 시절이 과거 있었던가? 군사독재 시대에도 기사 한 줄에나마 진실을 담으려 했던 기자들의 치열한 노력과 뜻은 ‘행간의 기사 읽기’로 국민들께 전달됐다. 그 올곧은 기자 정신은 다 어디로 갔는가? 당신들도 사회의 목탁이 되려고 언론인을 지망했을 터인데 어찌 이처럼 한심한 행태를 보이는가?

 

취재기자들은 국민의 눈과 귀를 더럽힌 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회사측 지시를 단호히 물리쳐야 한다. 언론으로서 극한의 자기부정인 이 어처구니 없는 반언론 행태는 즉각 멈춰야 한다. 이 망국적 행위는 오늘날 우리 언론의 총체적 실패와 부패를 방증한다.

 

말은 바로 하자! 취재할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된 기사를 쓰지 못했는가? 아니면 언론인으로서 진실을 찾을 용기와 노력이 부족했는가?

 

“저널리즘의 세계에서 사유(思惟)와의 피드백이 빠진 관찰은 무용지물이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를 쓴 저명한 문필가 다치바나 다카시의 말이다.(청어람미디어 2020, 18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