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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기본소득은 지금…프랑스, 알래스카, 경기도 사례 중심

최인숙 고려대 교수, "프랑스 능동적연대소득(RSA), 경기도 실험과 비슷"
토론 참가 패널들 기본소득 구체적 시나리오 제시 공론화 필요성 제기

 

세계는 지금 4차산업혁명으로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고 소득불균형 심화라는 위기를 맞았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은 그간의 복지시스템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알게 된 계기로 기본소득 논의를 활성화시켰다. 경기도에서도 기본소득 실험이 한창이다. 해외에서 진행되는 실험과 연구를 통해 우리는 지금의 기본소득을 어떻게 발전시켜 정착시켜야 할지 알아보고자 하는 세미나가 지난 15일 경기신문, 고려대 정치연구소, SSK 불평등과 민주주의연구센터 공동 주최로 열렸다.  편집자주

 

■ 기본소득의 정의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asic Income Earth Network·BIEN)는 기본소득을 ‘자산조사나 노동에 대한 요구 없이 무조건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지급되는 정기적인 현금’이라고 정의한다.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 ▲정기성 ▲현금성 5가지 특성이 대표적이다.

 

이같은 특성때문에 경기도에서 실험 중인 청년기본소득과 재난기본소득을 두고 기본소득이 맞냐는 논쟁이 생긴다.

 

청년기본소득의 경우 24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기준에 의해 보편성에 위반되고, 재난기본소득의 경우 정기성과 현금성에 있어서 위반되기 때문이다. 또 국내에서는 BIEN의 분류에는 배제됐지만 충분성(기본소득으로 충분히 생활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문제도 있다.

 

최인숙 교수는 15일 비대면 회의로 열린 ‘세계 기본소득 실증사례와 전망’에서 “프랑스의 복지 정책 중 기본소득 개념에 가장 가까운 능동적연대소득(RSA)이 경기도에서 시행하고 있는 기본소득 실험과 비슷한 사례”라면서도 “프랑스 내부에서는 RSA를 기본소득으로 분류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RSA는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의 모델이 됐을 정도로 기존의 프랑스 복지정책 중 기본소득 개념에 가장 가까운 수당이지만 까다로운 지급절차로 인해 기본소득으로 분류되지 않고 있다.

 

빈곤한 사람들은 생계에 급급해 서류를 구비하기도 어려워 서류 신청을 포기하기 일쑤로, 대상자의 35%가 서류 신청을 포기한다. 또 국민 정서적으로 RSA 수급자들은 게으름뱅이라는 낙인을 찍는 경우도 있다.

 

또 최근 3개월간 소득을 참고해 산정하기 때문에 돌연 소득이 없어져 생계에 위협을 받게 된 사람들도 RSA를 받기 위해 3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게다가 지속되는 대량 실업, 고용의 불안정, 빈곤의 확대 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RSA에 대한 한계를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에 프랑스 사회당의 부느아 아몽은 2017년 로봇세를 재원으로 하는 기본소득을 주창하며 대선 후보로 나섰다.

 

아몽은 당선되면 바로 RSA를 10% 인상해 600유로로 올리고, 소득에 관계없이 25세까지의 모든 젊은이들에게 자동지급하려는 전략을 세웠다.

 

아몽의 등장은 프랑스 내부에 파장을 가져왔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 프랑스의 지롱드 주(州)는 2020년부터 18세에서 25세까지 RSA를 확대 적용해 실험하며 효과를 분석 중에 있다.

 

또 지롱드 주지사 장 뤽 글레이즈의 주도 아래 프랑스의 24개 지방정부도 의회에 기본소득 장치를 창설할 것을 요구하고 나서고 있다. 프랑스의 기본소득은 RSA가 가진 보편성의 한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

 

이 같은 문제제기에 유영성 경기연구원 기본소득단 단장은 “비록 지금 경기도가 실험하는 기본 소득은 완전한 형태로 볼 수 없다”면서도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의 경우는 보편성과 무조건성, 개별성 3가지의 필수적 요건을 갖추었기 때문에 기본소득으로 볼 수 있다”고 답했다.

 

■기본소득의 재원과 공유부(富)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공유부에 대한 모든 사회구성원의 권리에 기초한 몫으로서 모두에게, 무조건적으로, 개별적으로, 정기적으로, 현금으로 지급되는 소득’으로 정의하며, 기본소득 지급의 근거를 ‘공유부에 대한 모든 사회구성원의 권리’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공유부에는 자연적 공유부와 인공적 공유부가 있다.

 

'자연적 공유부'는 토지, 천연자원, 생태환경과 같은 자연이 인류 모두에게 천부적으로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로부터 파생되는 수익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분배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대선에서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내 걸며 재원으로 제시한 국토세가 그 예다.

 

정원호 경기연구원 기본소득단 선임연구위원은 기본소득을 실행하는 알래스카와 스위스의 자연적 공유부 모델을 선례로 제시했다.

 

알래스카는 1982년부터 달력상의 1년(1월 1일~12월 31일) 이상을 알래스카에서 거주한 주민들에게 '영구기금배당'이라는 명칭의 기본소득으로 매년 1회씩, 10월에 영구기금 실적의 5년간 평균에 근거해 지급을 시작했다.

 

영구기금배당의 재원은 석유를 비롯한 천연자원에서 발생하는 판매수익의 최소 25%를 조세로 거두어 조성한 알래스카 영구기금이다.

 

정 위원은 이 같은 영구기금이 알래스카의 빈곤율을 2011~2015년 동안 2.3%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또 우려되는 '노동 의욕 저하' 영향은 없었다.

 

스위스 역시 '환경보호법'에 의거해 2000년 1월부터 탄소 부담금을 징수하고, 이 가운데 일부를 균등하게 국민들에게 환급해주는 방식으로, 자연적 공유부를 재원으로 한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인공적 공유부를 재원으로 하는 방식의 기본소득도 제시된다.

 

사회 구성원이 공동으로 창출하지만, 누가 얼마나 기여했는지 따질 수 없고, 어느 특정인의 성과로 귀속될 수 없는 수익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최근 경제활동에서 중요성을 인정받는 빅데이터가 그 것이다. 앞서 프랑스 사회당 아몽이 제시한 로봇세 역시 이에 해당한다.

 

■ 기본소득 사회적 토론 더욱 활발해져야

 

전문가들은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최 교수는 "2017년 프랑스 대선에서 아몽이 기본소득으로 파장을 가져왔음에도 반대에 부딪혔던 것은 기본소득의 개념이 불분명했기 때문이다"라며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나오고 그 중에서 최적의 모델을 찾기 위한 치열한 논의와 실험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에서도 경기도가 기본소득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보다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공론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 위원 역시 "기본소득의 원리적 정당성과는 별도로 현실적 필요성이 실제 기본소득 도입의 동력"이라며 "한국에서도 가장 문제인 부동산 문제와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자연적 공유부에 관한 논의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 기본소득 도입의 추진력을 크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박환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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