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여자를 까면
먼지 위에 싹을 틔운 콩이 튀어나온다.
콩 구르는 소리마다 구석이 생겼다.
구석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야 보이는 곳
자칫 찾지 못한,
갸웃거리는 고개들이 싹을 틔우는 곳,
그러므로 가만가만 쓰다듬듯 콩을 까라는
구석의 조언助言
흩어진 진심들
식탁으로 모아지고
속상하게 속이 빈 콩깍지들에게선
튀어나간 것들로 움푹했던
비릿한 후회가 나열되어 있다.
얕은 잠속에서 멀리 두었던 실수를 반복하다
아침 햇살에 눈 뜬다.
한결 가벼워진 여자의 나른한 종아리에서
새끼 쥐들이 줄줄이 도망간다.
생육하고 번성하고 충만 하라는,
적절한 밤이 콩꼬투리마다 들어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콩들도 줄줄이 깍지를 떠나
친밀하게 보글보글 끓는다.
콩은 모두 알알의 구석을 키우고 있다.

▶약력
▶2014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 『가시비』, 『사과처럼 앉아있어』
▶전자시집 『열일곱 마르코 폴로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