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다 끝없다 하며 하늘 끝으로 날아가는
민들레꽃 홀씨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보오얀 양산
남긴 자리는 내년에도 제 올 땅이라고
심지 박아놓고 강을 건너는 하얀 나비
그 막막한 아름다움으로 한 철을 보내고 나면
나도 꽃을 잃어버린 나무들에게
괜찮아 괜찮아,
일찍 깨달은 스승처럼 말할 수 있으리니
올 봄은 이 깨달음 하나로도
밥상 앞에 앉는 일
송구하지 않아도 되리니

▶약력
▶경남 거창 출생.
▶1972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청산행』, 『유리의 나날』,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등 다수.
▶김수영문학상 등 수상.
▶현재 영남대 명예교수.
▶여향예원, 시 가꾸는 마을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