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공연리뷰] 말하지 못한 아픔, 아버지의 눈물로 씻겨나가다

폐관 앞둔 '레인보우 시네마' 중심으로 건네는 위로 한마디

 

구태환 수원시립공연단 예술감독의 첫 정기공연이자 수원시립공연단 제15회 정기공연인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가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을 빛냈다.

 

동성애, 학교폭력, 치매 부모 봉양 등 주변에 흔히 접할 수 있는 일이지만, 사회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문제들과 그것들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네 이야기가 무대를 가득 채웠다.

 

연출을 맡은 구태환 예술감독은 어린시절 외삼촌의 손을 잡고 놀라가던 동네 영화관의 추억을 떠올리며 “자본의 논리로 소중한 것들이 사라져가는 것이 당연시되는 현실에서 이 작품은 사라지지 않는 아픔과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고 소개했다.

 

연극은 충청도 어느 작은 시골, 재개발로 인해 폐관을 앞두고 있는 영화관 ‘레인보우 시네마’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곧 철거될 시골 영화관이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의 얼굴에선 슬픔을 찾기 힘들다. 마치 사라지는 것에 익숙한 듯, 그들은 이곳에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눈다.

 

아버지가 운영하고 있는 ‘레인보우 시네마’ 폐관을 돕기 위해 내려온 조원우(송진우), 그와 동성 연인 관계인 신태호(한윤춘), 치매를 가진 어머니를 홀로 모시고 사는 김정숙(이경),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이 두려워 인형탈을 쓰고 생활하는 박수영(김정윤) 등 등장인물은 각자의 아픔을 조금씩 공유하고 이해해간다.

 

하지만 대부분 부자관계가 그러하듯 ‘레인보우 시네마’를 운영하고 있는 조한수(박윤희)와 아들 원우는 계속해서 마찰을 빚는다.

 

 

여러 이야기가 봉합되지 않은 채 이어지는 가운데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모든 인물들이 영화관에 모여 각자 아픔의 이유에 대해 토로한다.

 

한수가 그의 아버지 병식(성노진)의 입에서 원식이라는 이름이 나올 때마다 화를 낸 이유, 원우가 아버지에게 까칠하게 대하던 이유는 같은 것이었다.

 

한수의 둘째 아들이자 원우의 동생, 원식이 학교폭력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에 대해 각자의 입장에서 아픔을 쏟아낸다.

 

동성애자인 자신의 처지로 동생의 죽음이 왜곡될까 하는 두려움과 손자의 아픔을 몰라본 자신에 대한 자책, 아들의 아픔을 알지 못하고 고인이 된 이후에도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게 한 미안함, 그들은 울음이 섞인 채 처음으로 자신들의 진심을 털어놓는다.

 

늘 함께했지만, 마주 보지 못하고 피하기만 했던 가족은 그제서야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연극에 나오는 모든 인물은 다들 서툴다. 자신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렇게 외면하고 피하며 후회와 괴로움만 가득 남았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서로 작은 위로를 건네는 것, 그것이 그들에게 필요했을지 모른다. 어쩌면, 코로나19로 만남과 소통이 쉽지 않은 요즘, 소통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설명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관객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가 우리 가슴에 여운을 남긴 것처럼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 등 주위 사람들과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보듬어줄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비록 위로 한마디에 변하지는 않겠지만 함께 견디며 헤쳐나갈 이가 있다는 것은 큰 희망이다.

 

비온 뒤 파란 하늘에 무지개가 피어나듯, 그들 역시 함께 피어간다.

 

[ 경기신문 = 김도균 기자 ]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