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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수의 월드뮤직기행]노라 존스의 ’나와 함께 가요(come away with me)‘

월드스타를 낳은 월드뮤직 6

 

 

 

음악의 치유효과를 수없이 경험했다. 노라 존스의 목소리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2000년대 초반, 어느 날의 이야기.

 

가을밤, 예고 없는 비에 젖은 생쥐꼴로 귀가하던 중 아파트 밖 자전거를 들이다 발목을 삐었다. 절룩대며 집안에 들어섰는데 열어놓은 베란다 사이로 들이친 비에 책들이 흠뻑 젖어있었다. 으악, 비명이 올라오는데 울리는 전화벨. 반가울 리 없다. 더군다나 ‘죽이는 목소리가 있어 들려주려고’라는 말에 짜증이 더해졌다. 지금 음악 따위 들을 분위기 아니라고! 냅다 지르려는 소리를 전화선을 타고 넘어온 목소리가 덮는다. 수화기를 든 채 커피포트 스위치를 올렸다. 커피 향이 번지는 창가 소파에 몸을 기댔다. 구질구질한 비에 젖은 시가가 천천히 영화 속 풍경으로 바뀐다. 친구의 표현은 적확했다. 죽이는 ‘음악’이 아니라 ‘목. 소. 리’였다.

 

대체 불가의 목소리.

가을, 밤, 비, 커피와 너무나 어울리는 목소리.

노라 존스. 컴 어웨이 위드 미(Come Away With Me)

지금이야 세계적인 재즈 가수지만 그때는 첫 앨범을 냈을 때니 신예였다.

 

앨범이 발표되자마자 400만 장 팔려 대히트를 기록했고 그다음 해 2003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음반, 올해의 레코드, 최우수 신인상 등 모두 7개 부문을 석권했다. 수상과 함께 CF스타가 되었다. 딱 봐도 인도 혈통이 느껴지는 미인. 알고 보니 인도의 시타르 명인 라비 샹카의 딸이었다.

라비 샹카의 딸이라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시타르 스타가 된 아누시카 샹카를 떠올리겠지만

그녀는 공식적인 친딸이고 노라 존스는 말하자면 비공식적인 친딸.

 

인도, 명상에 심취한 비틀스 조지 해리슨의 시타르 스승으로 유명세를 얻은 라비 샹카. 세계연주여행을 하며 남모르는 사랑여행도 했는가 보다. 1979년 뉴욕에서 활동 중이던 라비 샹카는 프로듀서 수 존스와 사랑에 빠져 아이까지 낳았다. 유부남이었기에 드러낼 수 없었고 아이 이름도 어머니의 성을 따 지어야 했다. 아이 7세 때까지 몇 번 만나주다 발길을 끊었다. 아버지는 떠났으나 재능은 남았다. 10대 시절 가수 생활을 시작한 노라 존스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따뜻하고 깊은 목소리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건물처럼 무너진 미국인들을 어루만진 노래가 그녀의 ‘Don’t Know Why’. 치유의 목소리 었다.

 

그러나 그녀 자신은 정작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그림자를 치유받지 못했다. ‘아버지와 연락은 되지만 그와 나의 음악은 아무 관계가 없으며 그에 대해 말하는 것도 싫다’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말했다. 노라 존스의 탄생 2년 뒤 태어난 아누시카 샹카는 아버지의 사랑은 물론 세계적인 스타의 딸로서 세상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아버지는 자신의 끼를 물려받은 딸에게 직접 시타르를 가르치고 데뷔시키고 세계적인 스타로 키웠다.

 

노라 존스가 첫 앨범으로 그래미를 휩쓸던 2003년 그해 아누시카 샹카도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 라비 샹카는 노라 존스가 가수가 된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나. 성공으로 세상의 사랑을 받으며 마음이 녹았는가. 아버지와 동생에게 ‘Come away with me’라고 손을 내민다.

 

동생 아누시카 샹카와 만나 함께 앨범을 내더니 (Trace Of You) 아버지와 동생의 앨범 작업에도 응한다. (Breathing Under Water) 전화선을 타고도 단박에 나를 사로잡았던 ‘Come Away With Me’

돌아보니 그 목소리를 찾아들을 때는 대개 세상에 치여 힘들 때였다. 오랫동안 사랑받지 못했던 자가 오랫동안 사랑을 갈구한 끝에 오랜만에 사랑의 볕을 쪼이면서 내는 목소리. 노래를 듣고 나면 힘이 났다.

 

비 오는 날, 혼자 있을 때, 차 한 잔 들고 창가에 앉아 들어보기 권한다.

 

(인터넷창에서 www.월드뮤직.com을 치면 소개된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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