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조헌정의 '오늘의 성찰'] 생명이란 무엇인가? 4

 

생명은 세균이다. 세균이 아닌 생명은 세균인 생명에서 진화했다. 시생대 말기에는 불모지란 불모지는 모두 미생물 매트와 일시적인 더께로 뒤덮였다. 황이나 암모니아가 있는 뜨거운 웅덩이마다 개척자들과 밀려드는 이주자들이 가득 찼다. 세균은 소금 알갱이에 끈끈한 점액을 배출했고, 철분이 많은 연못에서 자철광을 침전시켰다. 극지방 근처의 차갑고 메마른 바위에 들러붙고, 열대의 얕은 바다에서 화산암 조각을 뒤덮어 지구를 푸르게 하면서 광합성 생물은 자신들이 만든 양분을 배고픈 기회주의자들에게 내주었다. 발효 세균의 노폐물은 운동성이 있는 호산성 세균의 먹이가 되었으며, 황산염을 환원하는 세균들의 고약한 숨결은 녹색 클로로비움이나 붉은색 크로마티움 세균들에게 값진 원료를 공급했다. 

 

지구에서 이용 가능한 곳은 모조리 개화된 생산자, 분주한 변혁가, 극한의 개척자들인 세균으로 채워졌다. 자연선택을 받은 자손은 살아남았지만, 그것은 개체군의 동료로부터 플라스미드에 들어있는 유전자를 빌렸을 경우에만 가능했다. 유전자 교환은 분해될 단백질, 유해한 망간 찌꺼기, 산화되거나 환원되어야 하는 위협적인 구리 등 환경의 독소를 제거해야 하는 생물에게 필수 불가결한 것이었다. 유전자를 운반하며 복제할 수 있는 플라스미드는 전체적으로 생물권이 소유하고 있다. 물질대사의 천재인 세균은 플라스미드를 빌려오고 되돌려주는 과정을 통해 대부분의 국지적인 환경 위험을 덜 수 있었다. 물론 이것은 플라스미드가 환경의 위협을 받는 세균 속으로 일시적으로 합병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 조그맣고 고색창연한 유물은 지구 어디든 퍼져나갔고, 모든 미생물이 너무나 빠르게 번식했으므로 유한한 세계에서 모든 자손이 살아남을 수는 없었다. 은밀한 존재로 눈에 띄지 않았지만 당시 생명은 세균의 경이로운 자손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러하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린 마굴리스, 도리언 세이건. 김영 역. 리수. 2021. 145쪽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