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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김정주 대표 사임...‘막후경영’ 실상과 속내는

29일 사임, 후임에 홍보·다국적투자은행 출신
이사직, 지분 98% 그대로…지배권은 여전히
넥슨게이트, 매각 무산 후 비게임 투자 행보
‘국감 대비’ 의혹에 전면 부정…“사기만 저하”

 

김정주 NXC 대표가 ‘전문 경영인 체제’ 전환을 이유로 돌연 사임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아이템 확률조작 및 공격적 M&A 등 각종 논란의 책임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전략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넥슨 창업주이자 넥슨그룹 지주회사인 NXC는 지난 29일 김 전 대표가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교 NXC 브랜드홍보본부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다국적 투자은행 출신 알렉스 이오실레비치를 글로벌 투자총괄 사장(CIO)로 영입했다.

 

◇ “전문 경영 체계”…넥슨 지배권은 여전히 손안에

 

김 전 대표는 “이 신임대표는 넥슨컴퍼니 역사와 DNA에 대한 이해가 높아, NXC의 의사결정·경영활동 수행에 최적의 인물”이라며 “보다 자유로운 위치에서 넥슨컴퍼니와 사회에 도움 되는 길을 찾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반면 김 전 대표는 여전히 사내이사와 NXC 등기이사직은 유지하고 100%에 가까운 NXC 지분 등 실질적인 NXC-넥슨 지배권을 쥐고 있다. 이 때문에 게임 개발과 상대적으로 먼 이들을 대표로 세운 것을 두고 ‘막후경영’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대표는 바람의나라 등 한국 온라인게임 신화를 쓴 주역 중 하나이나, 위젯·네오플 등 공격적인 게임사 M&A를 벌였다. 최근에는 가상화폐 투자, 펫푸드·유모차·우주기업(스페이스X) 등 비(非)게임 투자 일변도로 ‘본업에서 멀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 막후경영, “국정감사 소환 대비” 의심만 증폭

 

김 전 대표는 2019년 넥슨 매각 불발 및 올해 확률형 아이템 확률조작 논란 등 게임업계 연쇄파동으로 ‘돈슨’ 비난도 받았다. 본업인 게임도 서든어택2·어센던트원 등 상당수 게임의 서비스 종료 및 취소란 실책을 기록했으며, 고액연봉 대비 전환배치 대기발령 등 내부 논란까지 받았다.

 

업계는 김 전 대표의 사임에 대해 탐탁찮은 분위기다. 아이템 확률조작 등 게임계 문제가 올해 국회 국정감사 의제로 올라올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예상될 대표이사 소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2016년 넥슨게이트로 홍역을 치른 경험과 비(非)게임 행보가 맞물리는 부분이다.

 

관계자는 “국감시 기업 대표급 소환 가능성이 높으나, 자신이 아닌 사람으로 바꾸면 자유워진다. 당사자도 게임보다 M&A, 투자 쪽으로 관심이 큰 부분도 있다”며 “타 기업들도 (직책상 대표와 달리) 실질적인 경영권을 쥔 사람은 창업주 등 진짜 주인인 식”라 말했다.

 

◇ NXC “국감 대비 전혀 아냐”…노조는 침묵

 

이에 대해 NXC는 강하게 부정했다. NXC 관계자는 막후경영 논란에 대해 “김 전 대표는 창업 초창기 때부터 전문 경영 체제에 대한 고민을 계속 갖고 있었다”며 “창업주·대주주이기에 중요 의사결정은 하나, 각 임원들에게 충분히 권한을 주고 위임한 것”이라 해명했다.

 

다국적 투자은행 출신 인사에 대해서도 “글로벌 사업 확장을 많이 하고, 투자도 확대하고 있어 과거 인연과 닿아 글로벌 투자 총괄직을 맡은 것”이라며 “항간의 업계 시선(국감 대비)과는 전혀 관련 없는 내용”이라 반박했다.

 

이와 관련 넥슨 노동조합은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았다. 넥슨 노조 관계자는 “딱히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다. 선임 영향을 떠나 무엇을 말하더라도 추론의 영역”이라며 “어떤 추측이나 발언, 입장도 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 “게임업계·M&A 책임 벗어나면서 실질적 지배…넥슨 사기만 떨어뜨릴 것”

 

반면 전문가는 김 전 대표의 대표직 사임이 게임업계·M&A 논란으로부터 책임을 벗어내려는 전략이라 비판한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아이템 확률조작 등으로 김정주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국감 부담이 커졌을 것”이라며 “대외적 책임에서 벗어나면서 넥슨도 지배하는 해법은 이런 식”이라 질타했다.

 

이어 “결정권·경영권 등 지배권은 김정주에게, 책임은 신임대표가 지는 구조로 비게임 투자를 계속하는 것은 넥슨 논란만 더욱 키울 것”이라며 “오너의 본업 무관심 속에서 이런 식의 경영 구조는 넥슨 조직 전체의 내부 사기만 더 떨어뜨릴 것”이라 비판했다.

 

위 교수는 지난 29일 김 전 대표의 사임 발표 이후 “NXC·계열사에 대한 인사권·의사결정권을 장악하고 여전히 넥슨 계열사 지배력을 유지하는 방식은 과거 재벌이 즐겨했던 ‘책임은 지지 않고 실질적으로 기업을 지배하는’ 꼼수”라며 “모든 이사직을 포함한 ‘완전한 사퇴’로 한국 게임산업·IT산업의 세대교체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 경기신문 = 현지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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