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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수의 월드뮤직기행]‘이슬람 국가에도 여가수가 있나요?’

월드스타를 낳은 월드뮤직 11

 

 

 

5년 전인가, SNS를 통해 퍼진 기괴한 사진이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 한 여대 의과대학 졸업식 사진으로 스무 명 남짓의 여성들이 눈만 내놓은 검은 부르카 위에 검은 졸업가운을 단체로 뒤집어쓰고 서있었다. 스무 명의 복제인간 같다고나 할까. 사진을 함께 보던 친구가 ‘설마 이렇게까지 하겠는가, 조작 사진일 것이다’라고 했고 나 역시 동감했다.

 

이슬람은 지구 상 18억 명이 믿는 보편 종교이고 불교, 기독교처럼 사랑과 자비를 내세운다.

신 앞에 누구나 평등하기에 여성 억압, 폭력은 교리에 반하는 것이며 몰상식한 행태들은 이슬람 문화가 아닌 지역별 오랜 관행이거나 어느 종교에나 있는 시대착오적 근본주의, 광신이 문제다......라는 게 내가 알고 있는 ‘오해를 걷어낸 이슬람 문화’였다.

 

미군 철수로 탈레반이 장악한 후 생지옥 된 아프가니스탄 실상에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다. 전쟁도 아닌데 백주대낮, 탈레반의 총탄 앞에 스러져가는 민간인들의 모습은 비현실적이다. 내게 가장 충격을 준 것은 부르카 쓰지 않고 집 밖을 나왔다 바로 사살당한 여성의 사진이다.(사우디 아라비아 사진이 실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성들의 거리가 된 나라. 여자들은 모두 죽지 않기 위해 집이라는 부르카를 쓰고 스스로를 유폐하고 있다. 핸드폰을 통해 속속 접하는 뉴스와 아비규환을 전하는 동영상 탓에 더 이상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여성 박해가 먼 나라 일로 느껴지지 않는다.

 

지인 중 한 사람이 ‘ 이슬람 국가에도 월드뮤직 스타가 있는가’ 하고 물어왔다. 집 밖으로도 자유롭게 못 다니는데 (실제 남성 없이 외출 못하는 이슬람 국가가 많다) 대중 앞에 얼굴 드러내고 춤추고 노래하는 게 가능할까, 제 나라를 넘어 ‘세계적으로 얼굴이 팔리는’ 스타가 되는 것 또한 가능할까 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소개하는 이가 북아프리카 알제리 출신의 수아드 마씨(Souad Massi)다. 이슬람 국가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여성에게 음악재능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타고난 음악의 피는 어린 시절, 오빠의 기타를 탐하게 했고 열일곱 살 그녀를 음악밴드로 이끈다. 플라멩코 음악밴드에서 록밴드로 넘어간 그녀는 히잡을 벗고 머리카락을 자른 후 티셔츠, 청바지 차림으로 전국 공연을 다니고 음반까지 낸다. 당연지사, 과격 남성 단체로부터 수없이 살해 협박을 받으며 쫓겨 다닌다. 결국 그녀 나이 스물여섯인 1999년, 도망치듯 고국을 떠나 프랑스로 이주한다. 살기 위해, 노래 부르기 위해 고국과 가족을 떠나야 했던 기막힌 한과 슬픔 서린 목소리, 알제리 전통음악인 라이와의 록음악, 플라멩코, 포르투갈의 파두 등이 혼합된 정서, 알제리 원주민인 베르베르족의 언어와 영어 불어등이 섞인 노래는 수아드 마씨만의 독특한 음악세계를 만들어냈다. 그녀가 낸 음반들은 프랑스는 물론 유럽을 넘어 세계 월드뮤직 팬들을 사로잡았다. 고국을 떠날 때 청순했던 이십 대의 그녀는 이제 쉰 살 중년이 되어 여전히 프랑스에 거주 중이다.

동영상으로 찾아볼 수 있는 노래 부르는 나이 든 그녀는 세련된 유럽 여성의 모습이고 과거를 잊은 듯 담담해 보인다.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비극적 현실 때문일까. 그 담담함이 가슴 아프다.

수아드 마씨의 노래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Ghir Enta(당신만을 사랑해요)’다.

사랑은 정말 종교를 넘어 이념을 넘어 세계 공통어인데......

 

(인터넷 창에서 www.월드뮤직. com을 치면 기사 속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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