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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들풀 정신으로”…수원 민중미술 ‘바람보다 먼저’展서 만나다

1980년대 수원 비롯해 전국서 일어난 사회변혁 운동 ‘민중미술’
국립현대미술관-수원시립미술관 협력 전시…11월 7일까지 개최
김진엽 관장 “민중의 목소리와 힘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기회”

 

1980년대 진보적인 미술인들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사회변혁 운동 ‘민중미술’이 수원을 비롯한 경기도에서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들풀과 같이 유연하고 강인했던 사회참여적 미술운동의 양상을 조망하는 전시가 수원시립미술관에 마련됐다.

 

지난 18일 막을 올린 ‘바람보다 먼저’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과 수원시립미술관의 협력기획전으로 11월 7일까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개최된다.

 

1979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수원을 비롯한 경기, 인천,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했던 노동과 분단, 여성의 문제 등을 사회참여적 미술로 표현했던 그 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41인(팀)의 작가가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1~5전시실에 총 189점의 작품과 200여 점의 아카이브 자료로 구성됐으며, 1부는 ‘포인트 수원’으로 2부는 ‘역사가 된 사람들’로 나뉜다.

 

 

신은영 수원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바람보다 먼저’라는 전시 제목은 민주화 운동이 상징적인 존재였던 시인 김수영의 ‘풀’에서 차용했다. 유연하고 강인해서 바람에도 뿌리 뽑히지 않는 생명력을 자랑하는 풀은 고난과 시련을 능동적으로 타개해왔던 들풀과도 같은 우리 민중의 주체성을 집약하는 표현”이라고 소개했다.

 

1부에서는 수원시 소집단 6개의 발생부터 해체까지 관여했던 핵심적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최춘일부터 권용택, 박찬응, 손문상, 신경숙, 이억배, 이오연, 이윤엽, 이주영, 임종길, 황호경 등 작가 11명의 작품 13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1979년부터 1990년대 초반에 걸쳐 활동하며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수원미술의 실천적 동기를 마련했던 포인트(POINT), 시점·시점(時點·視點), 목판모임 ‘판’, 수원문화운동연합, 미술동인 ‘새벽’, 노동미술연구소 등 6개의 소집단 아카이브 약 150점도 연대순으로 구성돼있다.

 

 

언제나 시선이 사람으로 향하는 이주영 작가는 수원지역 소집단 형성 초기부터 창립에 동참했고, 목판모임 ‘판’과 수원민주문화운동연합, 미술동인 ‘새벽’의 동인으로 활동하며 현실과의 소통을 모색했다. 그는 도시 재개발에 따른 변화와 소외되는 이웃들의 흔적 등 공동체의 생성과 소멸에 주목해 작품을 그려왔다.

 

이 작가는 “한 시대를 잘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대학교 회화과 재학 중 수원지역 작가들과 인연을 맺은 이오연 작가는 “수원은 내게 제2의 고향이다. 35년간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수원사람이 다 된 것 같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덧붙여 “한 시대를 조망하고 그 시대의 정신을 반영하는 작업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계속 일을 하고 있는 작가들에게 이번 전시가 큰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1980년대부터 ‘수원민주문화운동연합’과 미술동인 ‘새벽’, ‘민족미술인협회’ 등에서 활동한 이오연 작가는 현재 문화예술을 매개로 마을 공동체 네트워크를 형성해 다양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신경숙 작가는 1987년 덕성여자대학교 서양화과 재학 당시 서울지역 대학교 미술동아리 학생들의 연합단체 ‘청년미술공동체’ 창립 멤버였으며, 고향인 수원에서는 ‘노동미술연구소’ 창립에 함께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영상 작업으로 전환,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영상, 디지털 드로잉 작품을 제작해 온 신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작품을 복원하며 과거를 돌이켜봤다고 전했다.

 

신 작가는 “험한 세상을 사느라고 많은 자료를 지켜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전시를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환하게 웃었다.

 

 

‘민중미술’은 1980년대 격변하던 한국의 시대변화에 발맞춰 태어난 사회참여적 미술을 이르는 명칭이다.

 

우리나라 현대미술사는 한국전쟁과 분단 이후 참여적 경향의 예술이 힘을 잃게 되면서 1960년대에 본격적으로 모더니즘의 시대를 맞이했다. 그러나 민주 시민의식이 성장하면서 현실비판과 저항정신을 담아내는 새로운 형식에 대하여 지역을 중심으로 사회적 고민을 담아낸 전시가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1980년대 집단적 사회참여 예술 활동 이후, 꾸준히 개인 작업을 예술로 승화시켜 온 작가들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김진엽 수원시립미술관장은 “‘바람보다 먼저’는 수원시립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현대미술의 사회참여적 미술이 지닌 다원성을 복원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라며 “민중의 목소리와 힘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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