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경선 한복판에 불어닥친 '홍준표 바람'에 촉각을 바짝 세우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의 지지율 상승세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독주로 흐르던 야권 경선판이 흔들리는 조짐을 보여서다.
'고발 사주' 의혹 등 윤 전 총장을 둘러싼 리스크가 줄을 이으면서 여의도에서는 '무야홍'(무조건 야당후보는 홍준표)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홍나땡'(홍준표가 나오면 땡큐)이라며 '윤석열 때리기'에 집중해 온 민주당 지도부는 물론 당내 대권주자들도 다소 당황한 기색이다.
특히 가상양자 대결에서 홍 의원이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를 각각 눌렀다는 여론조사 결과마저 나오면서 여권 일각에서는 본선을 앞두고 플랜B 전략을 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당 고위 관계자는 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홍준표 지지율이 적당히 올라야 땡큐다. 이러다 홍준표 대세론이 굳어지면 윤석열보다 더 상대하기 힘들 수 있다"고 경계했다.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도 전날 TV 토론회에서 "요즘 윤석열 씨가 추락하고 홍준표 씨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당당한 후보여야 본선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예고하는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여권에서는 홍 의원이 특히 2030 연령층의 높은 지지를 받는 데 주목하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불었던 '이준석 돌풍'의 진원지 역시 20대 청년층이었던 만큼 이들의 지지가 다른 세대에도 연쇄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캠프 관계자는 "2017년 대선 때 돼지발정제 발언 등으로 비호감 이미지가 강했지만, 지금은 이미지가 많이 순화한 게 사실"이라며 "최근 봉하마을에도 가는 등 이념적으로도 왼쪽으로 많이 이동, 중도층까지 공략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에는 홍 의원의 상승세가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조정기를 거치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잠시 홍 의원에게 옮겨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권을 반드시 교체하겠다는 30% 정도의 여론이 윤석열에게 가 있다가 어려울 것 같으니 잠깐 홍준표로 이동한 것"이라며 "누가 됐든 그 30%만 갖고 움직일 뿐 확장성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도 "홍준표 바람은 밈(meme·인터넷 유행) 효과에 불과해 보인다. 반짝하다 말 것"이라며 "윤석열이 흔들리니 반사효과를 보는 것이다. 지지율도 거품에 불과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