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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칼럼] ‘재조산하(再造山河)’는 실현되었는가?

 

 

1.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전망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재집권에 대한 적신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10월 11, 12일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다음 선거에서 정권 교체를 원한다는 응답이 56.7퍼센트임을 알리고 있다. 민주당 정부 계속 집권을 원하는 응답은 고작 35.6퍼센트다.

 

우려되는 것은 중장기 추세다. 동일 조사기관의 지난 8월 조사에서 정권교체 지지 여론은 47퍼센트였다. 이 수치가 9월에 49퍼센트로 높아졌다가 10월 5일~7일 조사에서 52퍼센트로 다시 상승했다. 그러다가 엿새 만에 무려 4.7퍼센트라는 급속한 증가를 보인 것이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기관의 발표가 대동소이하다. 이런 흐름에는 분명히 원인이 있다. 도대체 문재인 정부는 어느 지점에서부터 민심의 신뢰를 잃고 있는 건가. 사람들은 2가지를 지적한다. 첫 번째는 인사 문제요 두 번째는 부동산 폭등 문제다.

 

2.

홍남기 기재부 장관이 10월 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실토를 했다. 올해 31조 5000억 원의 초과세수가 발생했다고. 2021년 본예산 편성 시점과 비교해서 무려 11.2 퍼센트에 달하는 세금을 더 걷은 게다.

 

장관 자리를 내걸고 재난지원금 전 국민 일괄 지원을 좌절시키면서 그가 내건 논리가 무엇이었던가. 적자재정이었다. OECD 최하 수준의 코로나19 극복 재정지출을 집행하면서도, 입버릇처럼 정부에 돈이 없다 하소연하던 언사가 결국 새빨간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아파트 가격 폭등세가 계속 중이다.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 평당 가격이 2017년에 비해 두 배 정도 올랐다 한다. 이 문제는 단순히 개별 부동산소유자의 자산 변동 의미에 국한될 수 없다. 공동체를 휩쓰는 압도적 투기 열풍이 건강한 노동의 가치와 미래 희망을 압살하기 때문이다.

 

고작 1, 2 년 만에 사람들이 눈앞에서 몇 억의 불로소득을 챙기는 걸 뻔히 지켜보는데 2030 젊은이들에게 무슨 성실한 노동의욕이 생기겠는가. 땀 흘려 일하고 월급 아껴 목돈 마련하겠다는 소박한 꿈은 그저 조롱거리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정치를 하면 안 된다. 이 같은 세상의 출현을 온 힘을 다해 막는 것이 제대로 된 개혁 정부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선거를 코앞에 두고 대출총량 규제가 본격화되었다. 골수 통화긴축 신봉자인 고승범을 금융위원장에 선임할 때부터 예견된 행보다. 하도 원성이 높아지자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에 대한 배려” 발표가 마지못해 나오기는 했다. 그러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원칙은 미동도 없는 상태다. 서민과 중산층 대상 전세 대출 중단의 공포가 무섭게 솟구치는 까닭이다.

 

그러니 이럴 줄을 모르고 임명했단 말인가. 이 역시 인사 문제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 홍남기와 고승범의 그러한 당당한 얼굴 너머로 이들에게 직을 주고 지지하여 정권 말까지 함께 가겠다는 누군가의 사람 좋은 얼굴이 쓰윽 떠오른다.

 

3.

그해 겨울 얼어붙은 아스팔트 위에서 촛불 든 시민들의 소망은 하나같았을 게다.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승리를 절박하게 기원했던 이유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마음이 이어져 정부 출범 이후 적폐청산 행보를 그토록 목마르게 지지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집권 말기로 가고 있다. 미증유의 코로나19사태를 극복하느라 애를 많이 썼다. 거시 경제지표도 나쁘지 않다. BTS와 오징어게임으로 대표되는 K 컬처의 상승세도 눈부시다. 하지만 조국과 추미애를 갈아 넣고도 검찰, 사법개혁의 속도와 성과는 지지부진이다. 징벌적손해배상제를 둘러싼 언론개혁 입법 추진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한 사회가 이룩한 진보적 개혁성과의 근원적 지표는 왜곡된 분배와 노동 구조의 개선이다. 특히 이 대목에서 현 정부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는가에 대하여 나는 결코 긍정의 고개를 끄덕일 수 없다.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의 참극을 겪고도 결국 누더기가 되어버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단적인 예다. 1인당 GDP 3만 달러를 넘어선 이른바 선진 대한민국은 아직도 여전히 ‘기득권에 의한, 기득권을 위한, 기득권의’ 공화국인 것이다.

 

정권이 5개월 남은 지금이다. 내가 일찍이 '철인(哲人)' 대통령이라 불렀듯이 인간 문재인의 어진 인품에 대해서는 지금도 일말의 의심이 없다. 그러나 한 나라의 통치자로서, 무엇보다 명색이 근본적 국가개조를 천명하고 당선된 정치인으로서 그의 개혁 실천능력에 대해서는 더 이상 박수를 칠 수 없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4.

중요한 것은 현실이 단순한 심정적 절망과 분노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다시 반복하지만 부동산 문제를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재깍재깍 시한폭탄은 가동되는데, 정부와 청와대의 책임 있는 어느 누구도 무주택 서민들의 고통을 진정으로 함께 아파하는 이가 없어 보인다. 청와대 정책실장은 “OECD 평균 집값 상승률이 7.7%인데 한국은 5.4%에 불과하다.”라며 거꾸로 국민들의 인식을 문제 삼고 있다. 적반하장이다.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집’이란 단어가 품고 있는 전 생애적 비중과 사회심리적 의미를 무시하거나 왜곡하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내년 3월 대선 전까지 부동산 문제 해결에 가시적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중도층 유권자의 민심이 여당 편으로 돌아오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차기 정권 재창출은 산 너머 산이 될 것이다. 청와대는 이 문제에 대한 깊은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

 

그러므로 정면으로 묻는다.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 집권 기간 동안 '재조산하(再造山河)'는 과연 실현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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