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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칼럼 ] 다시, 이게 나라인가

 

이게 나라인가. 나라가 나가가 되려면 나라다운 기본기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 의사가 의사다워야 하며 교수가 교수답고 목사가 목사다워야 한다. 기자가 정론곡필을 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검사나 판사가 깡패나 건달 짓을 하면 안된다. 정치인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도 하기 싫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되는 것이 없다.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 부인이자 오랜 경력의 신경정신과 의사라는 사람이 자신의 인상비평 하나만 믿고 공개적으로 상대 당 유력 대권 후보를 사이코패스로 진단한다. 그러면서 자기의 실수였다고 얼버무린다. 이건 외과의가 환자의 왼쪽 폐를 적출해야 하는데 오른쪽을 잘라내고 나서는 앗 착각했네 라고 하는 것과 같은 얘기다. 환자가 죽고 나서도 단순 실수였다고 얘기하는 식이다. 이게 의사인가. 저자 거리의 약장수도 이러지는 않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TV에서는 의학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1, 2’가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 드라마를 쳐다보지도 않거나 심지어 비난을 하기까지 했다. 도대체 한국사회 어디에 저런 의사가 있느냐는 것이다. 아무리 판타지를 녹이는 TV 드라마라 하더라도 좀 적당히 하라는 것이다. 넷플릭스 의학드라마 ‘뉴 암스테르담’의 인기도 치솟지 못하고 멈춘 이유다. 사실과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의사들이 악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멀쩡한 사람을 생각과 사상이 다르다고 해서 정신병자로 모는 것, 그게 인술인가. 이게 의사인가.

 

교수가 된다는 여성이 논문은 엉망이면서도 온갖 학력을 위조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거나 그걸 경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도 선생이 선생답지 못한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사람에게 논문을 통과시켜 주고 과목을 내준 교수 사회가 있다는 것이 더 악질적이다. 조국 교수 딸에 대해서는 온갖 조리돌림을 하더니 이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학생 사회도 더 이상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이게 학교인가. 이게 정상적인 대학인가.

 

기자들은 더 이상 사실을 좇는 존재들이 아니다. 정의 같은 것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다. 오로지 (특종이라고도 할 수 없는 쓰레기) 단독 기사, 그에 따른 조회수에만 매달린다. 기사들 면면이 천박하기 그지없고 기자들 면면이 저급하기 이를 데 없다. 취재원과 짜고, 없는 범죄 사실을 만들어 특정인을 정치사회적으로 매장하려 한다. 그게 들통나자 법리 다툼을 벌여, 사실은 있으나 그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해괴한 논리로 무죄 판결을 받은 후 이번엔 자신을 비판한 사람을 다시 무고죄로 고발한다. 이게 기자인가. 이게 언론인가.

 

검사라는 사람들, 대법관이라는 사람들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이들이 과거 사법고시에 응시하고 합격하려고 노력한 이유는 오로지 검사복과 법복을 벗은 후 50억이나 100억, 더 나아가 수천 억을 한 번에 벌려는 일확천금의 욕망 때문이 아니었던가 싶다. 이게 검사인가. 이게 판사인가. 집안에 검판사가 있는 것이 그렇게나 자랑인가. 사실은 창피해서 얼굴을 들지 못하고 다녀야 하는 것이 아닌가.

 

목사라는 자가 종교로 세뇌시킨 후 모자간에 근친상간을 시켰다는 기사를 보고 있으니 인간이 스스로 개가 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전두환을 찬양하고 자신이 키우는 개에게 사과를 주면서 그게 사과의 뜻이었다고 하는 인간도 스스로가 개만도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폭탄주를 마시고 만취하지 않는 한 그런 사진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리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자가 국가를 대표하고 운영할 수 있겠는가. 그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독일 플로리란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의 ‘작가미상’은 히틀러 시대의 광기가 얼마나 긴 세월 동안 인간의 의식과 정신세계를 파괴했는 가를 보여 준다. 영화에서 의사 제반트(세바스티안 코치)는 멀쩡한 여성을 정신병이라 진단해 결국 수용소로 보내 죽게 만든다. 강 모라는 신경정신과 의사에게 이 영화 ‘작가미상’의 영화적 일독을 권한다. 그녀의 남편이라는 대선 후보도 같이 보면 좋겠다. 좀 공부를 해라. 어떻게 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자들이 평범한 사람들보다 무식할 수 있는 가. 그게 어디 될 일인가. 뭐 물론 누구의 말 대로 전두환처럼 전문가들을 곳곳에, 고루고루 잘 쓰면 되긴 하겠다. 근데 언제 그랬던 적이 있었던가.

 

세상이 파시즘을 향해 가고 있다. 사회 일부에서 파시스트들이 판치고 있다. 정녕 히틀러와 피노체트와 같은 인물을 정치 지도자로 내세울 것인가. 룸펜 프롤레타리아의 시대를 허용할 것인가. 우리는 지금 기로에 서있다. 젊은 세대들에게 그 심각성을 알리고 가르쳐야 할 것이다.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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