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대산문학상 수상자로 최은영(소설), 김언(시), 차근호(희곡), 최돈미(번역) 씨가 각각 선정됐다.
대산문화재단은 3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발표했다.
최은영 작가는 장편소설 '밝은 밤', 시인 김언은 '백지에게', 극작가 차근호는 희곡 '타자기 치는 남자', 최돈미 씨는 김혜순의 시집 '죽음의 자서전'을 영역한 'Autobiography of Death'로 수상 영예를 안았다.
심사위원들은 소설 '밝은 밤'이 여성 4대의 일대기를 통해 공적 영역에서 배제돼 온 여성의 역사가 장대하게 표현되고,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시 '백지에게'는 '쓰다'라는 자의식 아래 슬픔과 죽음을 넘어서는 아스라한 목소리를 김언 스타일로 단단하게 들려줬다는 평을 받았다.
희곡 '타자기 치는 남자'는 일상적 언어를 통해 억압과 권력의 폐해를 보여주고, 그 피해자의 영혼을 독자와 관객에게 환기시킨 점이 선정사유로 꼽혔다.
아울러 'Autobiography of Death'는 원작에서 나타나는 죽음의 목소리와 한국적 애도 과정을 가독성이 뛰어난 번역으로 영어권 독자들에게 전달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최은영 작가는 이날 간담회에서 "이 장편소설을 쓰기 전 1년 동안 글을 못 써서 내가 글을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해봤다"며 "1년간 초벌, 6개월 교정 등을 보면서 되게 행복했던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친구들한테 '모든 보상을 다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며 "(그런 생각은) 이 책이 처음이었던 거 같다"고 수상을 기뻐했다.
김언 시인은 "지금까지 '백지에게'까지 포함해 시집을 7권 정도 내면서 그 사이에 한계라고 할까, 최근 2-3년 사이에 한계에 봉착한 거 같았다"며 어려웠던 시간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큰 상을 받게 되면서 조금은 더 용기를 내서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조금은 더 여유있게 써나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고 했다.
극작가 차근호는 "수상 전화를 받기 전에 과일 먹는 꿈을 꿨다"며 "태몽이라고 해서 당황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수상자로 선정되는 걸 암시하는 게 아니었나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너무너무 기쁘다. 더 치열하게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다짐했다.
해외 체류로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한 최돈미 씨는 서면 수상소감에서 영광이라고 밝혔다.
수상자에게는 각 5천만원씩, 총 2억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양화선 조각가의 청동 조각 상패도 부상으로 수여된다.
시상식은 29일 오후 4시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교보컨벤션홀에서 있을 예정이다.
대산문학상은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운영하는 국내 최대 종합문학상이다. 올해 수상작은 내년 번역 지원 공모를 통해 주요 외국어로 번역돼 해외에 소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