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두 사람이 정치 적수인지, 아닌지는 국민이 판단할 일이지만 국가보안법 폐지와 친일규명법을 놓고 찬성과 반대의 기수로써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은 현실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제한적인 과거사 청산을 주장하자 박근혜 대표는 보다 광범위한 조사를 주장했다. 이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조사 대상과 범위가 다른 친일규명법 개정안을 마련했거나, 마련 중이지만 8일 개회된 행정자치위원회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열린우리당 의원만으로 우리당 개정안을 단독 상정하고 말았다. 시작부터 너는 너, 나는 나로 갈라선 것이다.
또 지난 5일 노무현 대통령은 한 방송사 대담에서 국가보안법은 구시대 유물이라며 “폐지해야 마땅하다”고 국보법 폐지를 주장했다. 9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모든걸 걸고 저지하겠다”며 국보법 폐지 반대를 분명히 했다. 이 뿐만 아니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는 경제, 남북관계, 사회, 교육 문제 등 국정 전반에 관해 궤를 같이 하거나 동일한 의견을 보이는 일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한마디로 앙숙지간(怏宿之間)이다. 정강정책이 다른 여당과 야당이 대립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두 정치지도자와 그들이 이끌고 있는 정치집단이 국가 현실과 장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국민에게 약속한 상생의 정치를 펼칠 때이지, 상대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패권 정치를 할 때가 아니다.
과거사 청산에 반대할 국민은 없다. 다만 범위와 대상, 조사기관을 어디에 소속시키는 것이 공정성과 효율성이 있겠느냐의 지엽적인 이견이 있을 뿐이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하면 해결될 문제다. 하나 국가보안법의 폐지와 개정은 사정이 다르다. 북한이 무소불위(無所不爲)의 노동당 규약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판에 우리만 먼저 국보법을 서둘러 폐지한다는 것도 불합리하지만,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인정하는 현실을 무시하고 법부터 없애려 드는 것은 스스로 무장해제를 하자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따라서 국보법은 국민의 여론에 따라야할 일이지, 정략적으로 다룰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4천700만 국민의 나라다. 국민을 무시한 국보법 폐지나 개정은 용납될 수 없다.







































































































































































































